'표 떨어질라'…정부도 국회도 손 놓은 '노인연령상향'

[the300][런치리포트-노인과 나이]②노인연령 130년전 기준…"안 하면 안되는 상황이 온다"

해당 기사는 2019-03-26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노인 연령 기준 상향 논의는 8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고령화 속도를 고려할 때 연령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한다. 하지만 정부도, 정치권도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하지 못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월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 제2차 민간위원 전체 워크숍 기조연설에서 “노인 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의 이같은 발언이 나온 직후 당장 2월부터 저출산위에서 노인연령 상향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공론화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까지 큰 틀의 계획조차 세우지 못했다.

저출산위 관계자는 “(박 장관의)발언은 앞으로의 방향성을 밝힌 것”이라며 “노인연령 상향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세우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인연령 상향은 복지와 직결되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성숙하기 전까지 구체적인 정책을 논의하기는 이르다”고 했다.

노인연령 상향 제안은 이명박 정부부터 나왔다. 당시 정부는 노인연령기준을 올리자는 전략보고서를 내놓았다. 박근혜정부도 2016년 12월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연금 수급 연령과 함께 노인 연령 기준을 조정하는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했지만 별다른 성과물은 내놓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지하철의 적자 문제를 거론하며 “노인 연령 상향이나 러시아워 시간에만 (지하철운임을) 일부 징수하는 문제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한발짝도 내딛지 못했다.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 모두 노인연령 상향을 언급하고 있지만 선뜻 실행에 나서지 못하는 배경에는 ‘선거’가 있다. 복지혜택을 받는 연령을 올릴 경우 복지혜택에서 제외되는 노인들을 중심으로 정부에 반발이 커질 수 있는 탓이다.

노인빈곤율도 고민이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2007년 44.6%였던 노인빈곤율은 지속 상승해 2016년에는 46.5%까지 올랐다. 65세 이상 노인 2명 중 1명은 경제적으로 빈곤한 상황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노인기준 연령 상향은 노인빈곤 시기를 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권 논의도 비슷하다. 국민연금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국민연급 수급개시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논의는 시작조차 안하고 있다. 명분상으로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의 합의를 기다렸다 논의에 착수다는 입장이지만 핑계에 불과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의도가 강하다.

설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인연령기준을 올리는 것은 복지 재정이랑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정치권에서는 나라가 망하기 직전 위기에 처하지 않는 쉽게 말도 꺼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 교수는 “그러나 지금 노인연령을 규정한 게 130년전 기준”이라며 “현 시대의 건강상태와 기대수명 등을 고려해 옛 기준은 이미 무의미해 새로운 논의는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노인의 기준인 65세 이상은 1889년 독일의 비스마르크가 사회보험제도를 도입하면서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나이를 65세로 정한데서 비롯됐다. 이후 유엔(UN)도 통계상 생산가능인구를 15세부터 64세로 잡고 있다.

비스마르크 시절 평균 수명이 49세였다. 이미 기대수명이 82세로 올라온 지금 상황에 노인연령에 대한 새로운 검토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다.

설 교수는 “노인연령 상향을 안하면 안되는 상황이 우리에게 오고 있다”며 “임금피크제를 통해 정년을 높이면서 (복지에 적용되는) 노인연령을 상향하는 등의 합리적 방안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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