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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후반기 2년 반환점을 앞둔 가운데 '의정활동의 꽃'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 중진 의원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주로 3선 의원이 맡는 상임위원장 자리 교체 시기가 다가와서다.

국회는 지난 7일 3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에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외교통일위원장에 각각 황영철(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윤상현(인천 미추홀을) 자유한국당 의원을 선출했다. 전임자인 안상수 예결위원장, 강석호 외통위원장은 각각 황 의원과 윤 의원에게 직을 넘겼다.

지난해 상임위원장 특수활동비는 전액삭감이 결정됐지만 권한은 여전히 막강하다. 각 상임위 회의를 주관하고, 여야간 예민하게 대립하는 법안 조정, 주요 의사일정 조정 등을 담당한다. 소관 부처 및 공기업・공공기관 그리고 관련 업계의 현안법안에 대한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국회 본청 내 위원장실을 사용할 수 있는 혜택도 있다.

'파워'가 있는 자리인 만큼 상임위원장 자리 배분에 여야 모두 민감하다. 지난해 12월 한국당으로 복당한 이학재 의원이 바른미래당 몫 정보위원장 자리를 내려놓지 않자 '먹튀' 논란이 벌어진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상임위원장은 관례적으로 3선 이상의 의원이 맡는다. 이날 선출된 두 의원도 18‧19‧20대 국회의원을 지낸 3선 중진이다. 지난해 7월 여야는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20대 국회 후반기 의장단 및 상임위원회 위원장 배정 등에 합의했다. 이때 여야를 막론하고 3선 의원들 간 위원장 쟁탈전이 벌어져 교통정리를 하느라 애썼다.

당시 한국당의 경우 예산결산특별위원장에는 안상수·황영철 의원, 외교통일위원장에는 강석호·윤상현 의원, 국토교통위원장에는 박순자·홍문표 의원, 보건복지위원장에는 이명수·김세연 의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에는 홍일표·이종구 의원이 번갈아 가며 담당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몫 기획재정위원장도 3선의 정성호·이춘석 의원이 1년씩 나눠 맡기로 했다. 행정안전위원장과 여성가족위원장에는 재선 인재근·전혜숙 의원이 1년씩 교차로 번갈아가며 맡기로 했다.

이날 선출된 황 의원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송사에 휘말린 황 의원이 위원장 자리를 맡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황 의원은 지난달 20일 진행된 2심 재판에서 의원직 상실형인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는 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황 의원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3심에서도 의원직 상실형(벌금 100만원 이상)을 받으면 황 의원은 의원직을 잃게 된다. 3심은 올 상반기 중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황 의원은 지난해 7월에 열린 결심공판에서 2020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럼에도 황 의원이 이번 위원장 직을 꼭 맡겠다는 의지가 강했고 당초 약속대로 당내 의견을 모아 위원장 임명까지 이뤄졌다고 알려졌다. 한국당 관계자는 "3선 중진이 되면 상임위원장을 한다는 관행이 있는데 위원장직을 수행하지 못하고 물러나는 '불명예'를 무시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전에 열린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황 의원의 경우 최종심이 나오지 않았다"며 "이미 지난해 7월에 예결위원장 (내정을) 약속하고,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최종심이 나왔으면 할 수 없지만 지난 결정대로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한국당 여의도연구원장에 내정된 김세연 의원(3선)이 보건복지위원장 자리를 두고도 관심이 쏠린다. 김 의원은 5월 하순경부터 복지위원장으로 내정돼 있었다. 김 의원이 당직 임명으로 복지위원장을 맡을 수 없을 경우를 대비해 후임자 자리를 노리는 당내 3선 의원들이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국당 중진 의원은 "당직 겸임과 별개로 당초 합의한대로 김 의원이 복지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김 의원이 위원장직을 맡지 않더라도 전임 이명수 복지위원장이 남은 1년을 계속 맡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