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협상 '웜비어 아이러니', 딜레마에 빠진 트럼프

[the300]트럼프, 北인권문제 상징 웜비어 설화로 역풍...폼페이오 "北방향 바로잡도록 할 것" 수습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가진 재향군인 관련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8일에 토네이도로 큰 피해를 본 앨라배마로 갈 것"이라며 "비극적인 상황이었지만 많은 좋은 일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됐다 의식불명 상태로 풀려난 뒤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와 관련한 설화로 역풍을 맞고 있다. 북미 추가 협상 재개를 바라지만 미 의회는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이른바 '웜비어법'으로 북한 압박에 나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이 올바른 경로를 택해 웜비어 가족이 겪은 것 같은 고통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웜비어를 사망에 이르게 한 북한과 협상에 나선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2차 북미정상회담 합의 무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토 웜비어 사건을 몰랐다'는 김 위원장의 말을 믿는다"고 해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논란이 격해지자 지난 1일 트위터에 "오토와 그의 가족은 강한 열정과 강인함의 거대한 상징"이라며 "북한이 오토의 학대와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역풍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웜비어로 상징되는 북한 인권문제는 미국 의회에서 북미 회담 회의론을 뒷받침하는 주된 근거 중 하나다. 비핵화 접근법에 차이가 있는 공화, 민주 양당이 모두 관심을 갖는 초당적인 이슈다. 미국 의회가 5일 재상정한 북한 금융거래 봉쇄 강화 법안의 이름을 '오토 웜비어 대북 은행업무 제한 법안'으로 명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크리스 밴 홀런 민주당 의원과 팻 투미 공화당 의원이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은 2017년 중순 발의 후 북미정상회담 국면 속에 폐기됐다가 하노이 회담 직후 재상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1월30일 취임 후 첫 연두교서 발표(국정연설)에서 웜비어를 거론하며 "미국과 동맹국에 가하고 있는 북한 핵위협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북한 정권의 타락성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1시간20여분의 연설 중 북한 관련 내용에 7분을 할애했다.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웜비어의 부모와 가족들도 초청해 "세계를 위협하는 협박을 증언하는 강력한 증인"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북미 대화가 재개되면서 아이러니한 상황과 딜레마가 시작됐다. 2차 정상회담 후 터진 설화는 웜비어 사망 사고에 대한 미국내 여론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북미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묘한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전 행정부(민주당)가 '전략적 인내'라는 접근법을 취했지만, 그것은 통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것을 고치고, 북한이 방향을 바로잡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웜비어 사건의 책임을 '전략적 인내'에 바탕한 민주당 전임 정권으로 돌리고 북미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려는 언급으로 해석된다.  

웜비어 사건은 앞으로 재개될 수 있는 북미 추가 핵담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유엔의 대북제재에 이어 미국 독자제재를 해제하려면 북한 인권 문제를 반드시 넘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여론을 설득하기 위해 북한 인권의 진전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의 독자 제재의 근거 중 하나가 북한 인권 문제이기도 하다. 일부 독자제재의 경우 비핵화 문제가 풀려도 인권 문제가 해소돼야 완화나 해제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미국이 2016년 만든 대북제재강화법의 경우 제재를 최대 1년간 중단하려면 '북한 정치범 수용소 생활조건 향상을 위한 검증된 조치'가 필요하다. 전면 해제는 모든 정치범 석방이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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