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의욕 잃었다"는 北…'새 상봉 약속' 강조한 이유

[the300]리용호 하노이서 "합의무산, 미국탓" 반박회견...평양선 "생산적 대화" 무산 언급없어

(하노이(베트남)AFP=뉴스1) 성동훈 기자 = 1일 새벽(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北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기자회견을 갖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된 입장 등을 밝히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무산 직후 북한이 이례적으로 신속한 반응을 내놨다. 베트남 하노이 현지 협상단이 1일 오전 12시15분(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자청했고, 조선중앙통신도 2차 북미 회담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하노이 현지와 평양에서 발빠른 '투트랙 대응'에 나선 것이다. 

하노이 회견과 관영매체 보도는 결이나 톤이 확연히 달랐다. 하지만 대미 비난을 자제하려는 분위기는 역력했다. 판을 깨기보단 협상 재개의 불씨를 살려두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대북제재를 풀어 경제 성장과 체제 안정을 꾀하려는 김 위원장의 절박감의 방증이란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을 현지 수행하고 있는 북한 협상팀의 회견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 약 10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부상이 직접 나섰다. 

리 외무상은 지난 달 27~28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첫 날 만찬과 이튿날 확대 정상회담에 모두 배석한 핵심 인사다. 최 부상은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상을 담당했다.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도 실무대표인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을 도와 실무협상 전략을 주도한 것으로 파악된다.  

회견은 협상 무산의 책임이 북한에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북한이 전면적인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우리는 일부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리용호 외무상)고 정면 반박했다. 

최 부상은 "영변 핵 단지를 통째로 폐기하겠다는 제안에도 부분적인 제재 해제가 어렵다는 미국측 반응을 보며 김 위원장이 앞으로 조미(북미) 거래에 대해 의욕 잃지 않으시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 회담은 정해진 것이 없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다시 미국측에 차려 지겠는지, 장담이 힘들다"고 했다. 미국의 무리한 요구로 인한 북미 정상의 신뢰 훼손으로 협상 재개가 불투명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한 것이다.

최 부상은 지난해 6월 1차 북미 회담 개최 직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아둔한 얼뜨기"라고 비난하고 북미 회담 재고를 거론하는 담화를 발표해 회담 무산 위기를 불러왔던 당사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고 나설 만큼의 강경 발언이었다. 하지만 이날 회견에선 리 외무상과 최 부상 모두 직접적인 비난은 삼가는 모습이었다.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북미 정상의 단독 회담과 확대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보도하면서도 합의 무산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한 술 더 떠 "북미 정상이 건설적이고 허심탄회한 의견교환을 했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더욱 두터이 했다"고 전했다. 특히 "앞으로 생산적인 대화들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상봉을 약속하고 작별인사를 나눴다"고도 했다. 

북한의 이런 '투트랙' 대응은 합의 무산 책임을 미국에 돌려 국제사회의 비판을 피해가는 동시에 북미 협상 재개의 끈은 놓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영변 핵시설 폐기-제재 (일부 혹은 전면) 해제' 교환이 북한이 현 단계에서 내놓을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는 메시지를 다시 한 번 분명히 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대화를 계속할 용의는 있으나 미국이 무리한 요구를 먼저 거둬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전날 회견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의 1단계 만으론 만족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당분간 북미 협상 교착 상태가 지속되고 실무채널이나 막후 협상 채널을 통해 대화 재개를 위한 물밑 조율이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8일 2일째 북미 정상회의를 전하면서 게재한 북미 정상의 회동 모습.(사진=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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