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동당역 왜 내리나…'국제환승'의 외교학

[the300][하노이TMI]교통 조건·주목도

김성휘 기자 | 입력 : 2019.02.25 10:21

해당 기사는 2019-03-04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오전 일찍 중국 국경을 지나 베트남 북부 랑선성 동당시(市)에 도착할 전망이다. 그는 이곳에서 기차를 내려, 준비된 전용차량으로 하노이까지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4300km 이상 타고온 기차를 굳이 내려서 '환승'하는 이유는 뭘까. 베트남과 중국의 교통 사정, 정치외교적 이유 등 복잡한 배경이 분석된다.

우선 동당~하노이는 고속도로가 최단시간 코스인 걸로 알려졌다. 약 170km 거리로, 보통 3시간반이 걸리지만 다른 차량을 통제하고 전용차량만 달릴 경우 2시간 남짓이면 가능하다고 한다.

실제로 베트남 정부는 동당~하노이의 국도 1호선을 25~26일 통제한다. 김 위원장이 중국에서도 수도 베이징에 내리지 않고 곧장 중국 남부로 달린 것을 고려하면 동당 환승이 오히려 열차 직행보다 시간을 아끼는 방법일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선 국도1호선 이동코스에 의미있는 지점도 적잖다. 베트남 박닌성(하노이 북쪽 지역)의 삼성전자 공장이 대표적이다. 1호선에서 서쪽으로 다소 멀어지지만 타이응우옌(베트남 북부 고원지대)의 삼성전자 공장도 있다.

게다가 1호선이 관통하는 박장성에는 베트남전쟁때 숨진 북한군 공군 조종사들을 추모하는 비석과 묘지가 조성돼 있다. '렬사'(열사) 아무개라는 붉은 묘비명이 선명한 이 묘역을 들를 가능성도 있다.

또한 열차 이동이 세계적 관심을 끈 데서 볼 때, 일단 베트남에 들어서서는 도로를 이용하는 게 더 홍보 효과를 극대화할 거란 관측도 가능하다.

이처럼 김 위원장이 동당에서 열차를 내린다면 교통조건, 동당~하노이 구간의 정치적 의미, 세계적 스포트라이트라는 외교적 효과 등 세가지 이유가 있는 셈이다. 베트남 입장에서는 중국을 거쳐 온 열차를 그대로 수도 하노이까지 통과시키기보다는 김 위원장이 베트남에 입국했다는 상징적 절차로 '환승'을 선호했을 수 있다.

김 위원장 의전·경호와 일정 등을 총괄하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지난 17일 동당역 현장을 점검했다. 25일 현재 한국 취재진들도 동당 현지 분위기를 국내로 전하고 있다.

앞서 1958년 김일성 주석의 베트남 방문 코스를 그대로 따라, 중국 남부도시 광저우에서 내려 하노이까지 항공편을 이용할 거란 전망도 나왔다.

한편 탁현민 청와대 행사기획 자문위원(전 행정관)은 25일 김 위원장 열차 이동이 탁월한 판단과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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