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다' 말 하기 어려운 탈북민…오해 극복 노력 있어야"

[the300][피플]고경빈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고경빈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사진=권다희 기자

# 가게 포스기 앞에서 쩔쩔매는 직원이 있다. 손님이 현금과 카드를 섞어 결제를 요청하자 방법을 몰라 발을 동동 구른다. 다른 직원에게 묻지 못하고 혼자 결제와 취소를 반복하다 결국 손님이 화를 내는 사태를 맞는다. 

통일부 산하 탈북민 정착지원기관 남북하나재단이 4년간 580여명의 탈북민을 인터뷰 해 최근 만든 '갈등 사례'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탈북민인 게 알려질까 전전긍긍하다 곤란한 상황을 맞은 실제 탈북민의 사례다.  

고경빈 남북하나재단의 이사장(62·사진)은 12일 "탈북민들은 우리 사회에서 생활하며 '나만 모르는 게 아닐까' 걱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탈북민인 게 드러날까 싶어 모를 때 물어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 사례 동영상은 탈북민 교육용으로 기획됐다가 '사회통합'으로 목적이 확대돼 다음달 공개된다. 탈북민들도 우리 사회가 자신들을 배척하리란 편견이 있고 이런 시각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대규모 탈북은 북한의 경제난과 한중수교가 맞물리며 1990년대 초 수백명대로 시작됐다. 2000년대 초중반 연간 약 3000명까지 늘었던 탈북민수는 감소하다 2012년 경부터 연 10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탈북민들의 자립도는 꾸준히 좋아졌다. 탈북민 중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이 10년전 64%에서 24%로 줄었다. 현재 탈북민 수가 약 3만명으로 10년 전의 2배라는 점에서 탈북민 자립도는 더 개선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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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고용이 안좋았던 지난해 예상과 다르게 탈북민 자립지표는 나아졌다고 한다. 탈북민 3000명을 표본조사한 연례 실태조사에서 실업률, 고용률, 경제활동참가율이 모두 소폭 개선됐다. 

고 이사장은 "정부 지원보다 개개인의 노력에 의한 것"이라며 "자립 의지가 없다면 제도 효과는 기대가 어렵고 특히 경제전반이 어려웠던 지난해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탈북민의 노력'이 자립도 개선의 결정적 요인이라고 하지만 1990년대부터 약 30년간 이어진 정부의 지원정책도 시행착오 끝에 조금씩 조밀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우리 정부는 북한 의사 자격증을 가진 탈북민들이 단기간 내 교육을 거친 후 우리 국가고시를 볼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현재 약 40여 명이 우리 사회에서 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고 이사장은 탈북민 정착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기르게 될 포용력이 통일을 준비하는 데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탈북민 정착 지원 문제와 남북관계 개선 문제는 결코 모순된 게 아니라고 덧붙였다.

탈북민들은 '분단'이란 왜곡된 상황으로 인한 고통을 직접적으로 겪은 이들이며, 마치 탈북민이 체제 한쪽의 편을 들기 위해서만 목숨을 건 것처럼 비춰지는 게 안타깝다는 얘기다. 

그는 "탈북민들이 분단 상황에서 입은 고통을 극복하려는 노력과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분단 넘어서려는 노력은 반드시 한 곳에서 만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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