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나서야 존재가 드러나는 투명인간

[the300][런치리포트-이주의 법안]②'투명인간 아이들 방지법'

해당 기사는 2019-02-08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서울에 사는 한 부부가 2010년 10월 딸을 낳았다. 출생 신고도, 예방 접종도 하지 않았다. 두 달 뒤 딸은 고열에 시달리다 숨을 거뒀다. 부부는 아이의 출생과 사망 사실을 숨겼다. 

시신을 나무 상자에 담아 밀봉했다. 세상을 떠난 딸의 존재는 7년 넘게 흐른 지난해 3월에서야 세상에 드러났다. 엄마가 자수하면서다. 

현실의 투명인간은 영화 속 투명인간처럼 자유롭지 않다. 태어났지만 부모가 출생신고를 누락한 아이들. 이들은 투명인간으로서의 장점보단 단점에 더 노출된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출생신고만 이뤄지지 않았을 뿐인데 상대적 페널티가 크다. 법적으로 국가의 보호를 전혀 받을 수 없다. 학대나 인신매매, 불법 입양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이 출생신고 의무 대상자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유다. 

이 의원은 “출생 신고가 되지 않아 죽은 뒤에야 존재가 밝혀진 이른바 투명인간 아이들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며 “출생신고 미비로 인해 예방접종 등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영아 유기, 불법·탈법적인 입양 등 아동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받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에 따르면 출생신고는 부모의 의무다. 반대로 엄마나 아빠가 이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아이는 사회의 투명인간이 돼버린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사·조산사나 분만에 관여한 사람이 30일 이내에 출생증명서를 작성해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보내야 한다. 출생증명서를 받은 지자체장은 출생신고 여부를 확인한 뒤 출생신고 의무자에게 30일 이내 신고하도록 통지해야 한다. 혼인 여부에 따른 신고의무자 구분은 없앴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부모에 대한 과태료는 현행 ‘10만원 이하’에서 ‘20만원 이하’로 상향 조정했다. 출생증명서를 송부하지 않은 의사·조산사 등 분만 관여자에게도 책임을 묻는다. 2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처벌 조항이 담겼다. 

현행 출생신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은 수년전부터 있었다. UN 아동권리위원회는 2011년 한국에 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을 권고했다. 2012년 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와 UN 인권이사회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PR), 2017년 UN 사회권규약위원회에서도 같은 내용을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5년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을 권고했다. 아동인권 모니터링 결과 출생신고 누락으로 아동학대에 무방비 노출된 사례들을 발견한 뒤다. 

인권위는 2017년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출생신고 제도개선 권고’ 결정문에서 “이러한 문제는 궁극적으로 이들의 임신, 출산, 양육의 전 과정을 지원하는 정책과 사회 인식개선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 사생활의 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정책적 방안을 마련해 해결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출생 후 빠른 시간 안에 출생신고가 이뤄져 아동이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법안
  • 팩트체크
  • 데스크&기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