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가 면회 온 아내에게 추천한 시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the300]김정순 여사, 김 지사 페이스북에 시 소개

김평화 기자 | 입력 : 2019.02.02 13:08

드루킹과 공모해 댓글 조작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설 명절을 앞두고 자신을 면회하러 온 부인 김정순 여사에게 시를 추천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시인 시절 지은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이란 시다.

김 여사는 2일 김 지사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설 전에 마지막 면회를 다녀왔다"며 "(김 지사가) '당신이 이 시를 꼭 읽었으면 좋겠어'라고 해서 찾아 읽어봤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그 동안 우리가 걸어온 길에 대해 함께 애기했던 것들이 이 시에 다 담겨있다"며 시 내용을 게시했다. 김 여사는 "다들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남편은 잘 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 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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