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동남아 발언' 하루만에 靑 떠난다..文 전격 사표수리

[the300](종합)"5060 댓글 달지말고" 등 급속 논란..탁현민도 "사직서 수리"

김성휘 기자,최경민 기자 | 입력 : 2019.01.29 18:52
【서울=뉴시스】김병문 수습기자 = 김현철 신남방정책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한상의 CEO 조찬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간담회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9.01.28. dadazon@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29일 물러났다. 자진사퇴를 문재인 대통령이 수용한 모양새지만 사실상 경질이다.

김 보좌관은 전날 대한상공회의소 강연에서 "5060 세대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시라" "헬조선 이러지 말고, (아세안) 여기서 (한국을) 보면 해피조선이다" 등을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자 문 대통령 이날 오후 김 보좌관을 만나 "예기치 않은 일 발생해 너무 안타깝다"라며 사의를 수용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논란의 표현은 아세안의 중요성과 신남방정책을 강조하다보니 나온 실언이다. 문 대통령도 "김 보좌관이 맡고 있는 신남방정책의 취지를 강조하다보니 나온 말"이라며 안타까워 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정서와 맞지 않는 표현인 탓에 논란이 급속히 퍼졌다. 

청와대 대응도 전광석화같았다. 김 보좌관은 이날 출근하자마자 사의를 표명했다. 사의 표명 당일, 논란이 시작된지 하루만에 거취를 정리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엔 다소 논란이 되는 인사가 있어도 즉각 대응보다는 본인 해명과 여론 추이를 묵묵히 지켜보곤 했다. 

속전속결 사의 수용은 '악재'를 다루는 방식이 확연히 달라진 걸 보여준다. 일각에선 노영민 비서실장 부임 후 내부 기강을 부쩍 강조했고 이런 측면에서 예외는 없다는 기조가 반영된 걸로 풀이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김 보좌관을 만나 "우리 정부 초기 경제 정책의 큰 틀을 잡는 데 크게 기여했고 경제보좌관으로서 역할도 충실히 해왔다"고 평가했다.

김 보좌관은 전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 조찬 간담회에서 강연했다. 그는 "앞으로 신남방 국가를 공략해야 한다"면서도 "박항서 감독도 처음에는 소위 구조조정된 것 아닌가. 쫓겨난 것 아닌가"라며 "그런데 베트남에서 인생 이모작 대박 터뜨렸다. 50·60대 한국에서는 할일 없다고 산에나 가고, SNS에서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시라"라고 말했다.

또 "(한국의) 국립대 국문과 졸업하면 취직 못하지 않나. 그런 학생들 많이 뽑아서 태국, 인도네시아 한글 선생님으로 보내고 싶다"라며 않나"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선 "5년 전 중국 망루 위에 올라갈 게 아니라 신남방 국가에 주목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05년 베이징 천안문 성루에 올라 중국 열병식을 참관했다.

그러자 야당을 중심으로 김 보좌관이 '망언'을 했다며 비난하고, 인사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급격히 높아졌다. 

김 보좌관은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문 대통령이 야당 대표시절인 2015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를 읽고 캠프에 영입했다. 김 보좌관은 대선기간 싱크탱크 '국민성장'의 추진단장으로 '제이(J)노믹스' '네바퀴 성장론' 등을 입안했다. 집권 후엔 신남방·신북방 정책 추진을 도맡았다.

한편 상당기간 거취가 관심을 모은 탁현민 의전비서관실 행정관은 이날 "사직서가 정식으로 수리됐다는 소식을 오늘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7일 사표를 제출한 후 휴가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돌이켜보면 2009년 노무현 대통령님의 서거 이후 시작된 문재인 대통령님과의 인연이다. 만감이 없을 수 없다"며 "소회를 굳이 말한다면, 길었고, 뜨거웠고, 무엇보다 영광스러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저를 향했던 칭찬과 비난이 있을 때마다 입을 닫았던 이유는 일하는 사람은 일로써만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탁 행정관은 문 대통령의 '운명'(2011) 출간 후 토크콘서트를 기획, 연출하며 문 대통령이 대중적 정치인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했다. 그는 향후 계획에 "일단 제 스스로에게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업무 연관 기업 취업도 제한되니 천천히 고민해 볼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의 페이스북. 2019.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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