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주문한 공정경제 9총사…'핵심' 상법은 1년2개월째 '올스톱'

[the300][런치리포트-공정경제법 9총사]①총수 권한 중소상인·소비자에게 주는 '홍길동법'…국회 통과는 난망

해당 기사는 2019-01-30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모두 공정경제를 확립하기 위한 시급한 법안들입니다. 국민과 약속 지키기 위해서라도 국회에 다시 한 번 간곡히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공정 경제’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키워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9가지 법안을 콕 집어 언급했다. 국회에 대한 협조 요청이었지만 여당 입장에선 ‘숙제’를 받아든 셈이었다. 

9개 공정경제법은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이상 기업 지배구조 개선법) △유통산업발전법 △상생협력법(이상 대기업·중소기업 상생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이상 대기업 갑질 방지법) △집단소송법 △금융소비자보호법(이상 소비자 권익 보호법) 등이다.

이중 가장 핵심이 되는 법이 상법이다. 문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작년 여·야·정 국정 상설 협의체에서 여야 5당 원내대표와 함께 불공정 시정과 공정경제의 제도적 틀을 마련하기 위해 상법 등 관련 법안 개정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재벌 총수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현재의 불투명한 기업 구조에서 의사결정 과정에 주주 한 명 한 명의 권한이 발휘되도록 하는 이른바 ‘경제민주화’ 법안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상법 개정 방향은 △50% 이상 지분을 가진 모회사 주주가 불법을 저지른 자회사에 소송을 걸 수 있도록 하는 다중대표소송제 △주주가 주주총회에 출석하지 않아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전자투표제 △주주들에게 선임하는 이사 수 만큼 의결권을 주는 집중투표제를 의무 도입하는 방안이다. 

이와 함께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해 기업에 대한 감사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담았다. 재벌 총수가 아닌 주주가 경영하는 기업을 만들기 위한 방법들이다. 이 제도들을 모든 기업에 적용할지 기업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할지 등에 대한 합의가 추후 더 필요한 상황이다.

상법은 공정경제법의 ‘큰 형’ 격인데도 20대 국회 내내 이도저도 결론을 못내는 천덕꾸러기 신세 취급을 받았다. 국회에서 마지막으로 상법을 논의한 것은 2017년 11월20일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다. 

당시 자유한국당 간사 김진태 의원의 극렬한 반대에 막혔다. 김 의원은 “기업을 옥죄고 규제하는 것만 자꾸 나오는데 (경영진에) 그 반대 측면의 무기도 줘야 한다”며 경영권 보호장치를 같이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20대 국회 후반기 들어서는 또 다른 논리가 추가됐다. 후반기 법사위 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그래도 기업들이 국민 눈치를 보며 일자리 만들기에 힘쓰고 있는데 외국계 헤지펀드 등 해외 자본이 주주권을 행사하면 우리 국민의 일자리 보호가 뒷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의원은 “외국계 자본이 과거 ‘론스타 사태’처럼 기업 주가만 올려놓고 팔고 나가면 우리 기업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여당은 여당대로 상법을 뒷전으로 뒀다. 지난해 11월 국정감사 후 상법을 상정해 다시 논의하려 했지만 그 때마다 다른 더 중요한 법안이 ‘집중 처리 법안’으로 선택됐다.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과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 윤창호법(도로교통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 성폭력 범죄 형량을 올리는 형법 개정안 등을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오히려 여당보다 강하게 상법을 포함한 공정경제법 통과를 원하는 인물은 야권에 있다. 회계사 출신의 법사위원인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다. 

채 의원은 한국당이 요구하는 기업 경영권 보장 수단 마련에는 전적으로 반대한다. 채 의원은 최근 여당 법사위원들과 따로 간담회를 갖고 상법 개정 논의가 시작될 경우를 대비한 의견 조율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당은 한국당이 말하는 ‘경영권 방어 수단’ 마련을 규모가 작은 기업에 한해 고심하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여당은 한국당이 말하는 경영권 보장 방안을 상법 개정 국면에서 논의하지 않는 대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차원에서 벤처기업에 한해 경영권 방어 수단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상법 외에도 공정거래위원회만 불공정 거래를 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는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 개정안과 소비자들의 징벌적 손해배상 요구와 집단 소송을 허용하는 집단소송법도 풀기 쉽지 않은 숙제다. 여야 갈등으로 국회 공전 상태가 매번 반복되는 가운데 공정위가 정부입법으로 전부개정안을 내놓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경우 내용을 쪼갠 의원입법안들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입법 심사 과정에서 금융기업의 지배구조 개편과 금융 재벌 기업 감독을 위한 법안을 더 효율적으로 손보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현재 은행법·보험법 등 다양한 법안으로 분산돼 있던 금융지주에 대한 규제를 하나의 법 체계 하에서 관리하자는 취지로 금융그룹감독법이나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이 발의됐으나 현행법에 따른 보험업법과 상충되는 문제 등이 지적된다.


 
  • 법안
  • 팩트체크
  • 데스크&기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