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정치, 더 빨리 그만 둘 걸 그랬습니다"

[the300]소설가 변신한 신기남 도서관정보정책위원장…"비로소 나 자신의 세계로 온 느낌"

장편소설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을 출간한 신기남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책정보위원회의 위원장이자 작가 신영이 7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년을 정치에 투신했다. 국회의원도 4번 했다. 1996년 서울 강서구 갑에서 15대 국회의원으로 시작해 16대, 17대, 19대까지. 창당도 하고 집권여당의 대표(열린우리당 의장)까지 해봤다. 정치를 하기 전엔 변호사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빈면)과 참여연대의 창립 멤버다. TV에도 자주 얼굴을 비추던, 소위 ‘잘 나가던’ 변호사였다. 다시 변호사로 돌아가지도 않았다. 2016년 낙선 이후엔 정치권 언저리에도 머물지 않는다. 

대신 소설가로 변신했다. 필명은 ‘신영’(신+young)이다. 젊어 보이고 싶어서다. 신기남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장(67·전 의원)의 변신이다. 한때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으로 불리며 정치 개혁을 주도했던 정치인. 정치를 그만두고 2년, 두문불출한 끝에 소설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을 출간하며 다시 세상에 나왔다. 

지난 25일 만난 신 위원장은 “40년 전부터 품어온 꿈을 이룬 기분”이라며 “10년 전에 정치를 더 빨리 그만뒀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출간한 자신의 책에 기자의 이름을 적어 건네면선 “많이 팔려야 다음 책도 낸다”며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점은 소설과 정치가 똑같다”고 웃음을 지었다. 

아드리아해(海)를 바라보고 있는 발칸반도의 크로아티아·세르비아·보스니아가 소설의 배경이다. 유고슬라비아 전범재판소 재판관인 남자 주인공과 무대미술가인 여자 주인공이 발칸반도에 새겨진 잔혹한 현대사를 되짚어보는 여정을 그렸다. 

신 위원장이 의원 시절 ‘한국·세르비아 의원친선협의회’ 회장으로 세르비아를 방문했던 경험이 계기가 됐다.
글의 구성도 다채롭다. 로맨스, 역사, 인물 등 11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로 엮인다. 이해를 돕기 위한 지도도 삽입했다. 로드무비 기법, 카메라 기법 등 다양한 문학적 장치도 활용했다. 평단의 평가도 나쁘지 않다. 

신 위원장은 “법조인, 정치인의 세계를 벗어나 비로소 나 자신의 세계로 돌아온 느낌”이라고 했다. 그만큼 오래 된 꿈이다. 소설가를 꿈꾸던 문학청년이었지만, 법과대학에 진학하면서부터 어긋났다. 국문과 진학을 꿈꿨지만 어머니가 반대했다. 그는 “법대에 가도 소설을 쓸 수 있을 줄 알았다”며 “막상 잘 안되고 먹고 살아야 하니 변호사시험(사법고시)를 치게 됐다”고 했다. 

법조인이 되고 정치인이 되면서 소설은 점점 멀어졌다. 신 위원장은 “맨날 남의 일만 해주고 살았다”고 표현했다.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것이 오히려 기회가 됐다. 미련없이 정치를 떠났다. 그는 “주변에서는 위로했지만 내심 기뻤다”고 말했다. 

그 뒤론 두문불출했다. 모임에도 안 나가고 전화도 안 받았다. 신 위원장은 “정동영 의원과도 소설 출간 이후에야 통화했다”고 했다.

오랜 꿈이었다고는 하지만 소설 쓰기는 여전히 도전이다. 원고지 1200장 분량의 첫 소설을 쓰는데 꼬박 1년이 넘게 걸렸다. 신 위원장은 “한 페이지를 쓰기 위해 책 세 권을 읽기도 했다”며 “어렵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계속 쓸 예정이다. 앞으로 4권 정도까지는 계획이 다 돼 있다. 한국 정치판을 배경으로 한 소설도 계획하고 있다. 신 위원장은 “저만이 제대로 쓸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국판 ‘하우스 오브 카드’를 쓰겠다는게 그의 목표다. 

혹여 몰라 정치권 복귀를 묻는 질문엔 “제가 안 해도 할 사람이 많다”며 손사래를 쳤다. 신 위원장은 “정치하는 동안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을 돌아보지 못했고 친지,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다”며 “이제 남은 시간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제 인생을 살고 싶다”고 했다.

후배 정치인들에도 한 마디 부탁했다. 한사코 거절하던 그는 고민 끝에 “정치인이 너무 왜소해졌다”고 했다. 주변 시선에만 너무 민감해져, 말만 강해지는 정치를 한다고 봤다. 신 위원장은 “후배 정치인들이 정치에서도, 자신의 삶에서도 눈치 보지 말고 하고싶은 것을 해야 후회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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