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전문위원 검토보고 업무의 개선과제

[the300][정재룡의 입법이야기]검토보고서 평가 도입하고 선택과 집중 필요


국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업무는 예나 지금이나 특별한 변화가 없다. 오랫동안 그저 관행과 타성에 안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앞선 칼럼에서 살펴본 검토보고서의 내용에 관한 것 외에 검토보고업무에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살펴보자면 다음 세 가지 사항을 들 수 있다.

첫째, 검토보고서의 효용성 등 품질에 대한 평가 자체가 전무하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검토보고서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본 적이 없다. 전문위원에 대한 업무실적평가나 부서 평가가 있지만 형식적 수준에 그치고 있고, 그것도 개별 검토보고서에 대한 질적 평가는 아니다. 엄정한 평가를 통해 검토보고서의 품질을 제고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결론 제시 없는 검토보고서의 비중이 높은데, 그것도 평가 자체가 없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2015년 하반기에 국회사무처 내부에서 교육용 자료 작성에 활용하기 위하여 16개 각 상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에 우수 검토보고서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수차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7개 상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에서는 끝내 제출하지 않았다. 아마 한 번도 평가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 어떤 것이 우수한 것인지 구별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검토보고서에 대한 아무런 평가가 없으니 검토보고서의 개선이나 발전을 기대할 수가 없다. 검토보고서에 대한 평가를 하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검토보고서 평가를 내부에 맡겨서는 온정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검토보고서의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것이라면 외부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고 검토보고서의 핵심고객인 의원의 평가를 받을 필요가 있다.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9년도 예산안, 기금운용계획안 등에 대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이날 본회의는 더불어민주당 및 무소속 이용호 의원을 제외한 야당의원들은 모두 불참한 가운데, 김 부총리의 제안설명까지만 진행됐다./사진=이동훈 기자

둘째, 현재는 바로 소위원회에 회부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제안된 모든 법안에 대해 획일적이고 기계적으로 검토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이는 일견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거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14대까지는 제안된 법안이 1000건에 미치지 못했지만 지금 20대에는 2만건 이상으로 예상되는데, 그런 업무환경의 엄청난 변화에도 불구하고 검토보고서의 효용을 따지지 않고 모든 법안에 대하여 무조건 같은 형식의 검토보고서(이하 ‘정식 검토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적절할까? 현재 회의장에서 상정되는 모든 법안에 대하여 건건이 직접 검토보고하고 있지는 않다. 그런 상황에서 모든 법안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정식 검토보고서를 작성해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결국 건수로 대표되는 양적 지표에 급급하는 관행의 소산이다. 

제안 법안의 건수가 이렇게 급증한 것도 사실은 과거에는 하나의 법안에 포함되어 제안되던 것들이 일일이 개별 법안으로 분리되어 제안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검토보고서가 작성된 하나의 법안에 여러 가지 사항이 포함되어 있을 때 그 모든 사항에 대하여 검토의견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그렇게 검토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경우도 사실은 검토보고서가 작성되지 않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은 허용되면서 개별 법안은 모두 반드시 정식 검토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은 일관성이 없다. 하지만 현재의 업무관행은 검토보고서의 내용이 아니라 건수를 기준으로 모든 것을 재단하기 때문에 검토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제안되는 모든 법안에 대하여 필수적으로 정식 검토보고서를 작성하다보니 상임위원회에 회부되는 법안의 건수에 비례하여 직원의 업무량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직원의 증가가 당연시되고 있다. 과거 정부가 입법을 주도하던 시대에는 의원 발의 법안은 아예 검토보고서를 작성하지 않고 임기말 폐기되기도 했다. 그에 비하여 2만건 이상 제안되는 지금 모든 법안에 대하여 정식 검토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법안의 경중을 가려 정식 검토보고서가 필요한 법안을 선별해서 선택과 집중의 묘를 발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법안에 대한 검토 자체를 생략하자는 것이 아니다. 정식 검토보고서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대신에 약식으로 검토보고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검토결과 이견이 없고 정부도 의견이 같은 법안은 간단히 그런 의견을 언급하는 방식으로 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런 경우는 정식 검토보고서를 제공해도 그 효용을 찾기는 어렵다고 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 결론을 제시하지 않는 검토보고서의 비율이 너무 높은데, 그런 상황에서는 약식 검토보고할 법안을 찾기가 어렵게 된다. 따라서 그런 관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정식 검토보고서를 작성하지 않게 되면 입법 이후 그 취지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므로 현재 법안을 제안할 때 포괄적으로 쓰고 있는 제안이유를 조문별로 작성하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정식 검토보고서의 생략 기준은 의원들과의 협의를 거쳐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셋째, 현재 일반적인 검토보고서 작성방식은 △법안이 회부되면 △입법조사관이 초안을 작성하여 전문위원에게 올리면 △전문위원이 이를 수정하여 완성한다. 그러다보니 검토보고서의 명의는 전문위원인데도 검토보고서 작성에서 전문위원의 업무비중이 너무 낮고 입법조사관의 업무비중이 너무 높다. 그 결과 전문위원의 전문성 부족은 별로 문제로 보지 않고 입법조사관의 전문성 부족을 더 큰 문제로 보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에 따라 초임 입법조사관은 누구나 전문성 부족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성이 부족한 초임 입법조사관이 검토보고서 작성을 주도하는 불합리한 일이 발생하게 된다. 

그것은 사실 불합리한 조직운영에서 비롯하고 있다. 입법실무를 수행하는 입법조사관을 거치지 않고도 전문위원이 되는데 아무 제한이 없고 전문위원을 거치지 않고도 수석전문위원이 되는데 아무 제한이 없다. 국회사무처에서 행정사무 부서가 우선시되다 보니 위원회 조직은 사실상 한직처럼 취급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전문위원에게 전문성이 중요할 리가 없다. 위원회의 입법실무보다 행정사무 부서의 행정이 중시되다보니 국회사무처의 업무를 ‘입법행정’, 심지어 ‘종합행정’으로 보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런 주장은 전문위원의 역할도 행정사무의 일환으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조직운영에서 전문위원의 전문성 함양은 연목구어다. 이는 국회법상 위원회에 두는 “전문지식을 가진 위원”이라는 전문위원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전문위원의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조직운영을 개선할 필요가 있고, 더불어 검토보고서 작성에 있어서 전문위원의 업무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업무량 때문에 전문위원이 직접 검토보고서를 작성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적어도 입법조사관이 검토보고서 초안을 작성하기 전에 전문위원과 작성방향을 협의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하여 전문위원이 검토보고서 작성방향을 제시하는 등의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재룡 국회 교육위 수석전문위원



관련기사

 
  • 법안
  • 팩트체크
  • 데스크&기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