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전과 똑같은 대책…'스포츠=국위선양' 의식 근본 바꿔야"

[the300](상보)與 여성 의원·전문가…스포츠계 성폭력 '땜질 대책' 한 목소리 '비판'

더불어민주당 여성 국회의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조재범 성폭력 사태 근본 대책 마련 긴급 토론회를 갖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들과 체육계 전문가·인권 전문가 등이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의 성폭력 의혹으로 불거진 체육계 성폭력 문제에 "10여년 전과 똑같은 대책이 반복된다"며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민주당 여성 국회의원 일동 19명과 민주당 여성폭력근절특별위원회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왜 체육계 성폭력은 반복되는가' 토론회를 개최하고 체육계에 만연한 잘못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석한 의원들과 전문가들은 2007년 박명수 우리은행 여자농구팀 감독 성추행 사건 당시 대책과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내놓은 대책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땜질식' 대책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인순 민주당 최고위원은 "문제를 반복해서 얘기하는 수준이 아니라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당정협의를 통해 범부처적인 사안들의 대책을 수립하고 잘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을 맡고 있는 백혜련 의원은 연줄로 이어진 폐쇄적인 체육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백 의원은 "체육계는 주종관계에 가까운 사제관계와 폐쇄성으로 지금에야 우리 사회에 만연했을 사건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농구선수 출신 김영주 의원(전 고용노동부 장관)도 "선수 생활한 사람 대부분이 선수 생활이 끝나면 지도자가 돼서 (성폭행을 저질러도) 징계를 묵인하고 다른 곳에 취업이 된다"며 "법으로 금지하지 않으면 어떤 진상조사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스포츠계의 성적 지상주의가 문제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 의원은 "메달 카운트를 하지 말도록 국회가 노력해야 한다"며 "선수를 일회적·소모적으로 쓰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하키 선수 출신 함은주 문화연대 집행위원(사회체육학 박사)은 "국민체육진흥법과 대한체육회 정관에 체육과 스포츠의 목적 중 하나로 '국위선양'이 규정돼 있다"며 "국민체육진흥법 제1조(목적) 개정도 논의해 달라"고 국회에 주문했다.

함 위원은 대한체육회에 대해서도 "대한체육회가 선수들을 보호하고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로 보긴 어렵다"며 "오히려 선수들을 대한민국 체육의 경기력 향상 수단으로만 보고 관리·통제하려는 단체 아니냐"고 지적했다.

폐쇄적 카르텔 속에서 선수들이 느낄 두려움을 없애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얘기하면 선수 생활 끝날 줄 알아'라고 가해자가 말하는 순간 선수가 느끼는 공포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문경란 한국인권정책연구소 이사장은 선수들이 선수 생활을 그만둬도 향후 정상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이사장은 "스포츠 인권 침해는 성폭력·폭력·학습권 침해가 맞물려 발생돼 유지된 것"이라며 "성폭력을 감수하게 하는 주요 요인이 학습권 침해다"라고 일갈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도 "처벌의 확실성부터 담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피해 선수들이 2차 피해 없이 일상을 되찾도록 향후 훈련 과정이나 경기 출전 전 과정에서 차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문체부 관계자도 참석했다. 문체부는 지난 11일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를 신청한 사실을 밝혔다. 감사원의 감사 실시 여부가 결정되기까지는 약 한 달 정도가 걸릴 전망이다. 

문체부는 국민권익위원회와 함께 대한체육회의 성폭력·폭력 실태 조사 실시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엘리트 체육 중심의 체육계를 개선하기 위해 여성가족부, 교육부 등과 범정부적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김현목 문체부 체육정책과 사무관은 "체육계 성폭력에 대한 제도는 마련이 돼 있지만 실제 체육인들에게 제도가 들어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체육회 등 체육 관련 단체 직원들에 대한 성폭력 발생시 대응법 교육과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사무관은 최근 대한체육회 보도자료에 피해자 이름과 전화번호를 공개한 일을 사례로 들고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기본적인 피해자 보호 조치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던 만큼 규정 제작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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