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방백서에 북한 지도자의 사진이 작게 삽입된 적은 있지만 얼굴 표정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백서에 북한이 주적 개념으로 명시되던 때와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로 읽힌다.

특히 이번 백서에는 ‘북한군은 적’이라는 표현도 빠졌다. 대신 '대한민국의 주권·국토·국민·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는 간접적인 문구로 대체됐다.

국방부는 국방백서의 적 표현과 관련 “북한 위협뿐만 아니라 점증하고 있는 잠재적 위협과 초국가적·비군사적 위협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기술했다”고 밝혔다.

북한군이 적이라는 표현은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 국방백서부터 시작됐다. 김대중정부 시절인 1998년, 1999년, 2000년 판에도 북한은 주적이라고 표현됐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과 2006년에는 북한을 '직접적 군사위협', ‘심각한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주적 개념이 삭제됐다. 이명박정부 첫 해인 2008년에도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2010년 국방백서에서는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도발로 인해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문구가 쓰이며 북한이 다시 적으로 표현됐다. 이후 2016년 국방백서에서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언급하며 “그 수행주체인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했다.

이번 국방백서에서 북한에 대한 표현이 완곡해진 것은 지난해부터 진행된 한반도 대화 분위기가 반영됐다. 이 같은 기조에 따라 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위협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추진된 ‘한국형 3축 체계’의 개념도 변경됐다.

특히 국방백서의 208~209쪽에는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 군사분야합의서에 서명하는 사진을 실었고, 그 뒤로 서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이 함께 들어갔다.

국방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사진을 넣은데 대해 “사진의 주는 의미와 상징성, 미래 지향성을 고려했다”며 “지난해 추진했던 부분이고 이에 대해 국민들께 알리는 부분의 보고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했다.

◇남북 군사력 비교…“북한, 요인암살 특수부대 창설”

이번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병력과 전략무기 등의 분야에서 우리 군보다 양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우선 상비병력 규모면에서 우리 군은 59만9000여명, 북한은 128만명으로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사단급 부대도 북한은 81개인 반면 우리는 40개로 2배 적었다. 여단(독립여단) 수는 우리가 31개, 북한은 131개다. 

전차 수는 우리가 2300여대, 북한은 4300여대로 집계됐다. 야포는 각각 5800여문, 8600여문으로 차이가 컸다. 다련장·방사포의 경우 200여문, 5500여문으로 북한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외 전투함정이나 전투임무기 등 해군과 공군 전력에서도 양적 차이가 현저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의 재래식 전력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많이 노후화됐고 성능이 저조해 작전운용에 많은 제한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선별적으로 재래식 전력을 증강한다고 하지만 부정적 측면을 상쇄할 만큼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북한군 동향 중 눈에 띄는 부분은 ‘요인 암살작전’을 위한 특수작전대대 창설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과거 청와대 습격을 공개하고 했는데 이런 작전에 투입되는 것이 요인암살 부대”라며 “이를 추가 창설한걸 보면 특수전 능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북한은 경제 사정상 재래식 전력보다는 핵·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발에 주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2㎜·200㎜ 견인방사포를 비롯해 '선군호' 및 '준마호' 등 신형 전차를 추가로 생산하거나 성능을 개량한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은 50여kg, 고농축우라늄(HEU)은 ‘상당량’ 보유한 것으로 평가됐다. HEU의 보유량이 대략적으로 명시된 것은 이번 국방백서가 처음이다. 핵무기 소형화에 대해서는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는 기존 표현을 썼다.

탄도미사일 전력과 관련해서는 2017년 11월에 시험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언급하면서 사거리를 1만㎞ 이상, 탄두 중량은 1000㎏으로 분석했다. 다만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기술에 대해서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작전 배치했거나 개발 중인 다른 미사일의 사거리에 대해서는 무수단 3000㎞, 화성-12형 5000㎞, 화성-13형 및 화성-14형 5500㎞ 이상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