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남발 막자…움직이는 시민사회

[the300][런치리포트-법안, 이제는 양보다 질]③바른사회시민회의, '입법개선운동' 추진…참여연대, '복붙 법안' 목록 작성 검토

무분별한 붙여넣기식 법안발의 /사진=이동훈 기자

시민단체들도 국회의원들의 입법 남발을 막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단순 자구 수정 법안을 내거나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복붙(복사+붙여넣기)'한 듯한 이른바 '복붙 법안' 등이 법안 발의 '실적'으로 둔갑하는 것을 막자는 움직임이다. 보수 성향 단체도, 진보 성향 단체도 모두 같은 문제 의식을 가진 것으로 8일 파악됐다.

중도우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입법 영향 평가를 도입하는 등 국회 '입법 폭탄'을 막을 방안을 국회에 제안할 계획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독자적으로 활동을 추진하기보다 다른 시민단체 3~4곳과 연대해 입법 제도 개선 운동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진보 성향인 참여연대에도 동참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이념과 정파를 떠나 실용적인 입법부 발전을 위한 건전한 단합 차원"이라며 "법안의 지나친 양적 팽창을 시정해보자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 실장은 "법안이 발의돼도 70%정도는 임기 만료 폐기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법안을 양적으로 많이 제출하는 것이 국회 본연의 업무가 입법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낭비되는 측면이 더 많다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개선해야 할 법안의 유형으로 포퓰리즘성 법안들을 제시했다. 특정 사건이 터지면 우후죽순격으로 발의되는 법안들이다. 그는 "입법 과잉을 막기 위해서는 국회가 한국형 입법 영향평가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입법 영향평가는 법안이 갖는 사회·경제·예산적 효과를 평가해 입법 목적에 부합하는지를 평가하는 제도다. 미국과 프랑스 등 서구 국가들이 시행중이다. 우리 정부도 이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지만 아직까지 도입되지 않았다. 이 실장은 "입법영향평가가 도입되려면 국회의원들 손으로 법을 고쳐야 하는데 이 제도가 국회의원들의 입법권을 상당히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는 부분에서 반대가 있어왔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아예 '복붙 법안 폭탄'으로 성과를 부풀려 '입법왕'으로 포장된 현역 의원들을 분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비슷한 내용의 단순 자구 수정 법안들의 목록을 만드는 방안 등 아이디어가 논의된다. 21대 총선을 1년여 앞둔 만큼 양적 평가에 눈이 가려진 유권자들의 판단을 도와야 한다는 취지다.

참여연대는 이를 통해 '복붙 법안 폭탄'의 실체와 규모를 밝힌다는 방침이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머니투데이 더300과의 통화에서 "법안 발의 실적을 위해 찍어내듯 발의된 법안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 추리는 방안을 단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문제 지적에 앞서 현황을 드러내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법안 발의수가 국회의원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라는 점이 문제의 근본이다. 법안의 질을 평가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 3년 동안 접수된 의원 발의 법안은 본회의 통과 법안들을 합쳐 1만6636건이나 된다. 국회의원 평가가 편의상 법안 발의 수와 처리된 법안 수 등 정량 평가로 이뤄져 올 수밖에 없던 이유다.

박 사무처장은 "국회의원의 의정 평가가 정량 평가로 이뤄져 온 관행은 문제가 있다"며 "무엇보다 정당이나 국회사무처에서 먼저 자정하려는 노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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