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전문위원 검토보고서의 의의

[the300][정재룡의 입법이야기]가능한 명확히 의견제시 등 품질 높여야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칼럼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사진=이동훈 기자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하고 기자는 기사로 말하듯 국회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로 말한다. 전문위원에게 검토보고서는 그만큼 중요하다. 전문위원은 위원회가 열리면 의원들에게 상정된 법안 등 안건의 검토보고서의 내용을 보고한다. 다만, 법안이 동시에 너무 많이 상정되는 경우에는 그중 일부만 직접 보고하고 있다. 이어서 의원들의 대체토론이 이어지는데 검토보고서의 내용을 참고하여 질의가 실시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소위원회의 안건심사에서 전문위원이 보고하고 부연 설명하는 역할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러한 일도 결국 검토보고서를 요약해서 하는 것이다. 만약 전문위원이 검토보고서와 다른 내용으로 소위원회 심사자료를 준비하거나 발언한다면 그건 검토보고제도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다. 검토보고제도는 소관 위원회 위원을 포함하여 국회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모든 의원에게 안건심사에 필요한 자료를 동일하게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003년말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할 때 소관 위원회에서 입법실무를 담당했던 수석전문위원이 퇴임 후 2004년 6월 언론 인터뷰에서 '행정수도 이전계획에 대해 국민투표를 거치도록 법안에 명시하는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묵살당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러나 그 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보면 '이전계획에 대한 국민투표는 대통령 권한사항이어서 현실적인 실천에 제약이 있기 때문에, 대신 국회가 이전계획에 대한 동의여부를 결정한다면 국민적 합의를 판단하는 대체수단으로서 충분히 기능할 수 있다'고 쓰고 있다. 어떻게 검토보고서와 전혀 상반되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시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실제 입법과정에서 그와 유사한 일이 종종 벌어진다. 그 이유는, 안건은 위원회 대체토론을 거쳐 소위원회에서 심사하게 되는데, 당초 검토보고서를 작성할 때 검토가 소홀했을 수도 있고, 소위원회 심사자료를 작성할 때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아예 검토보고서보다 소위원회 심사자료를 더 중시하는 경우도 대동소이한 결과가 야기된다. 전문위원이 검토보고서를 소홀히 취급하고 입법조사관에게 일임해버리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국회법상 위원회에 두는 “전문지식을 가진 위원”이라는 전문위원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 자기 이름의 검토보고서를 부정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다. 앞의 행정수도 사례가 그런 경우가 아닌가 생각된다.

검토보고서는 입법조사관이 작성하고 전문위원은 그 내용을 잘 전달하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그에 따라 입법조사관이 검토보고서 작성을 주도하는 것이 정당화된다. 그러나 그 경우 전문위원의 역할은 검토보고서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회의에서 대독하는 것에 그치고 만다. 그리고 전문위원이 소홀히 취급하는 검토보고서가 충실하게 작성될 리가 없다. 검토보고서가 부실하게 작성되면 특별히 잘 전달할 것도 없게 된다.

검토보고서 중에는 결론이 명확하지 않고 소관부처 등 행정부의 의견을 중시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별로 참고가치가 없는 잡다한 자료를 망라해 첨부하곤 한다. 검토보고서의 품질보다는 분량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검토보고서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여 아예 결론 제시를 부정하고 균형이라는 미명 하에 찬성과 반대 의견을 같은 개수로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그런 검토보고서가 법안의 처리나 입법 품질의 제고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검토보고서 작성은 전문위원이 입법조사관에게 일임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검토보고서는 전문위원 업무의 핵심수단이다. 그것은 전문위원의 영향력의 원천이다. 만약 어느 의원이 스스로 작성한 검토보고서를 제공하더라도 그것은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만큼 의원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 만약 검토보고서가 없다면 전문위원의 입지는 크게 축소될 것이다. 검토보고서는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입법에서 검토보고서의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국회는 정치의 현장이기도 하기에 검토보고서 작성에 있어 여·야간 정치적 논란에 휩쓸리지 않도록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는 전략을 구사(keep a low profile)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전략은 검토보고서의 가치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다. 야구장에서 매번 도망가는 볼만 던지는 투수는 자격이 없다. 관중들은 때로 홈런을 맞더라도 정면승부하는 투수를 선호한다. 

검토보고서는 의원들이 안건을 효율적으로 심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주된 목적이다. 따라서 여·야간에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가능한 명확하게 의견을 제시하고, 행정부가 다른 의견을 갖고 있을 경우 그 내용을 적시하고 논증하여 의원들이 해당 안건의 가부 등 처리방향을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근래 의원입법이 활성화됨에 따라 검토보고서의 중요성도 더욱 높아졌다. 우리가 검토보고서의 품질을 제고하기 위하여 더욱 노력해야 하는 까닭이다.

경우에 따라 소관 위원회 위원들의 분위기를 살펴 볼 때 어떤 법안에 대한 가결 가능성이 높거나 아니면 낮은 것으로 보여 깊이 심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있다. 전문위원은 그런 경우라도 분위기에 편승하여 의견을 내서는 안 되고 원칙에 따라 충실하게 검토하여 가장 합리적인 의견을 내야 한다. 예를 들어 필자는 2013년 6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사법정책연구원을 설립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김학용의원 대표발의, 2013.5.27.)을 검토보고한 적이 있다.

기획재정부 법무부 등에서 반대하고, 2달 전까지 발의한 법안만 상정하는 상황에서도 그 법안은 한 달도 채 안 된 것인데 서둘러 상정하는 것이었다. 이를 감안할 때 당시 그 법안에 대한 위원들의 분위기는 찬성 방향으로 보였다. 필자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그 법안의 여러 문제점을 열거한 후 그 사항들을 고려하여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비록 필자의 검토보고는 위원들의 분위기와 다른 방향이었고 법제사법위원회는 신속하게 그 회기 중 그 법안을 곧바로 가결했지만, 소위원회 심사에서 위원들은 검토보고를 소홀히 취급하지 않고 오히려 그 내용을 충실히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검토보고는 입법 등 안건처리에 반영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가치가 있는 것이다. 즉, 검토보고는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갖는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전문위원 검토보고제도가 음악, 무용, 연극 등을 무대에서 공연(performance)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공연자는 오랜 시간 땀 흘려 실력을 연마하여 마침내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최선의 작품을 보여준다. 공연자는 관객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와 찬사를 들으며 그 동안의 노고를 잊고 보람을 느낀다. 전문위원도 안건을 최선의 노력으로 검토하고 보고서의 완성도를 높여 마침내 회의장에서 의원들에게 보고하게 된다. 

그리고 의원 등 수요자들로부터 검토보고서의 품질에 대한 평가를 받게 된다. 검토보고서가 훌륭한 경우에는 회의장에서도 의원들로부터 찬사를 들을 수 있다. 검토보고서가 국민의 대표인 의원들의 어려운 정책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큰 보람이고 그것으로 그 동안의 노고를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다. 우리가 열심히 하면 할수록 검토보고서의 품질도 높아지고 보람도 커진다. 이것이 우리가 검토보고 업무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이고 그 업무가 중요한 이유다.
정재룡 국회 교육위 수석전문위원/본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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