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딸아이의 1000일 투병기 쓴 '아빠'

# 딸 아이가 일주일째 38도가 넘는 고열이 났다. 병원에 가도 큰 차도가 없었다. 그러다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정식 병명은 ‘급성림프구성백혈병’. 백혈병은 골수 또는 혈액 내에 암세포가 생기는 혈액암의 일종으로 난치병이다. 3살짜리 아이는 3년 가까이 항암치료를 받으며 꿋꿋이 버텼다. 아빠와 가족들는 포기하지 않고 딸을 돌봤다. 1000일동안 온 가족이 하나가 돼 결국 이겨냈다. 국민일보 이성규 기자 가족의 얘기다.

이 기자는 가정보다 특종을 좇던 기자였다. 2016년 초 3살짜리 딸 인영이가 백혈병 진단을 받고 진짜 ‘아빠’가 됐다고 했다. 이 기자는 지난 3년간 아이의 투병기이자 자신의 성장기를 책으로 냈다. 책 제목은 ‘나는 아빠다’.

이 기자는 “지난 3년여간 매일 페이스북 등에 인영이의 함암치료 과정을 비롯해 힘들때마다 글을 남겼는데, 글을 쓰면서 힘이 났다”며 “짧지 않은 투병 생활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가족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인영이의 엄마 김미선 씨는 딸 아이의 투병 생활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했다. 신한은행에 다니던 김 씨는 승진을 향해 달려가던 중이었는데 휴직을 했고 1000일 동안 아이만 생각했다. 김 씨는 “가족이란 이름으로 똘똘 뭉쳐 인영이의 투병 생활을 함께 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불현듯 찾아오는 아이의 부재(不在)에 대한 공포로 괴로워했다. 다른 가정처럼 단란하게 여름휴가를 가지 못하는 것도 속상했다. ‘주님, 왜 우리 가정에 이런 고난을 주셨나요’라며 눈물을 삼켰다. 하지만 그때마다 힘이 된 건 그의 동료들과 지인들이었다.

기획재정부 등을 출입하며 정부세종청사에서 함께 일한 동료 기자들은 헌혈차를 불러 헌혈증 수백장을 이 기자에게 줬다. 또 같은 회사 동료들은 치료에 필요한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인영이의 얘기를 접한 이름 모를 수녀님 등도 아픔을 함께 나눴다. 이 기자는 이런 고마움도 책에 담았다.

이 기자는 이밖에 딸아이의 치료 과정에서 느꼈던, 이전까지는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병원 안팎의 불합리한 현상들에 대한 문제도 책에 담았다.

인영이는 머리카락이 빠지고 바늘에 찔리고, 울고, 토하면서도 다행히 1000일 동안의 항암 치료를 무사히 마쳤다. 하지만 아직 완치 판정까지는 5년이란 시간이 남아 있다. 이 기자는 지난 3년간 잘 해냈듯이, 앞으로 남는 기간도 잘 해내리라 믿고 있다.

이 기자는 딸 아이가 투병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도움에 감사 인사를 수차례 했다. 그러면서 딸 아이가 나으면 잔치를 하겠다고 했다. 실제 지난 15일 세종시에서 동료들을 초청해 잔치를 열었다.

“잔치 전날 밤, 인영이 투병 동영상을 만들며 다 울어서인지 잔칫날에는 웃기만 했습니다. 그동안 인영이의 투병생활을 응원하고 기도해주고, 함께 울고 웃어주신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어떤 말로도 저희 가족의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많은 도움 받은 만큼 많이 베풀고 돕고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나는 아빠다’=이성규 지음, 한국표준협회미디어(KSAM), 231쪽/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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