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법원 제출 개혁안은 안돼" 한 목소리

[the300]사개특위 여야 공동 토론회…전문가들 "대법원 안은 후퇴한 안, 법원은 인사권 내려놔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원조직법 개정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긴급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소속 여야 위원들이 17일 제왕적인 대법원장 권한을 내려놓을 법원 조직 개혁안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사법 행정 제도 전문가들과 함께 최근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개특위로 제출한 자체 개혁안이 기존 논의보다 후퇴했다는 데 공감대를 나타냈다.

박주민·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법원조직법 개정의 바람직한 방향에 관한 정책 토론회'을 열고 국회 사개특위에 상정된 법원조직법 개정안들과 대법원이 제출한 같은 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대법원이 제출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사법농단의 근원지가 돼 버린 법원행정처를 폐지하는 대신 사법행정회의와 행정 전문가들로 구성된 법원사무처를 설치하는 것이 골자다. 이중 사법행정회의는 사법 행정 사무에 관한 심의·의사 결정기구 역할을 하도록 했다. 사법행정회의는 대법원장이 의장을 맡고 비법관 정무직 법원사무처장과 법관 5명(△전국법원장회의 추천 2명 △전국법관대표회의 추천 3명, 비법관 외부인사 4명 등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토론회에선 이같은 대법원 자체 개혁안이 기존 대법원 개혁안들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발제자로 참석한 전문가들은 물론 사개특위 위원들도 여야 없이 대법원 안은 이미 국회에서 논의되던 안 의원안이나 주광덕 한국당 의원안보다 후퇴한 유명무실한 개혁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사개특위 논의에서 대법원안은 현 법원행정처를 변형한 것에 불과하다고 해서 위원 전원이 안 된다고 한 것이 결론이었다"며 "지금 개혁안을 대법원이 계속 밀어붙이면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안 의원도 "대법원장 1인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합의제 형태의 사법행정회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발제자로 나선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더 나아가 기존에 국회에서 논의되던 개정안들조차 여전히 대법원장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법원 안에서 사법행정회의가 심의·의결 기능만 담당하게 된다는 부분에 비판이 이어졌다. 당초 사법발전위원회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이하 '추진단')은 사법행정회의가 행정 사무까지 담당하는 사법행정 총괄기구로서 기능하도록 제안했는데 이를 뒤집었다는 지적이다.

한 교수는 "대법원 안은 추진단 안을 받겠다고 약속까지 해놓고 사법행정회의 업무 범위를 급진적으로 변환했다"며 "대법원 안에 따르면 사법행정회의가 왜 존재하는지 모를 정도로 자문기구가 되는데 그럼 굳이 법원조직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사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인 서선영 변호사도 "대법원 안은 추진단 안을 뒤집은 것"이라며 "법원행정처 탈판사화를 명문화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법행정회의가 심의·의결기구가 되면 대법원장이 사법행정을 실행하게 되는데 그러면 잘못 집행이 돼도 사법행정회의가 수정을 못한다"고 말했다.

대법원 안 중 사법행정회의에 외부인사 수가 적다는 점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교수는 "법원행정처가 탈법관화를 얘기하며 사법행정회의에 법관들이 들어가 다시 사법행정을 좌지우지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도 꼬집었다.

그는 "기본적으로 법관 대표가 비법관 대표보다 숫자가 많아질 이유가 없다"며 "아무리 법관 수가 많아도 비법관 대표 수와 동수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사법행정회의 임기는 5~7년이 가장 적당하다"며 "기본적으로 위원들은 상근을 원칙으로 하되 비상근 위원을 일부로 하는 방식이 타당하다"고도 설명했다.

당초 사법행정회의 위원을 전부 비법관으로 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안 의원은 "현실적으로 전원 비법관 위원이 어렵다면 법관과 비법관을 비슷한 비율로 참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도 "사법행정회의 위원들을 상근으로 할지 비상근으로 할지는 그동안 법원행정처 상근 법관들이 어떤 일들을 저질렀는지 아는 만큼 고민들이 있다"며 "상근 위원이 두세 명은 있어야 대법원장 권한을 견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관 인사권과 관련해서도 참가자들은 법원이 더 권한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날 법원 대표로 참석한 강지웅 법원행정처 기획심의관(판사)은 이에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법관이 사법 행정에 관여 안 하는 나라가 없다"며 "법관 인사는 법관들이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강 심의관은 "대법원안에서도 대법원장이 독단으로 법관 인사를 할 수 없는 구조"라며 "오랜 기간 쌓아온 외부로부터의 법관 독립성을 지키는 데 외부 위원이 인사에 참여하는 것이 도움되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전문가들의 반박이 이어졌다. 한 교수는 "법관 인사 문제를 법관들만 하는 영역으로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관 인사 자료를 외부인사가 보면 큰일날 것처럼 법원 측에서는 얘기하지만 (법관인) 법원행정처 인사권자들도 인사 자료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며 "비법관이 인사 자료를 이용하는 것을 처벌해야지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못 담그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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