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수의 현장+]위원장이 힘빼는 정개특위

[the300]與 바라보는 심상정 "위원장이면 전권 주든지"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0월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개특위 첫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지금 자유한국당을 설득할 툴(도구)은 더불어민주당밖에 없지 않나. 위원장에게 전권을 주든가."(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

'선거제도 개편'이 정치권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선거제도 논의를 위한 핵심 기구인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특위로서 존재감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례적으로 입법권까지 가졌지만 심상정 위원장 스스로 "전권이 없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서다.

심 위원장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정개특위 제1소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두 당이 어떤 수준이든 합의해야 실효성이 있다"며 "한국당을 설득할 툴이 민주당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집권여당이 선거제도를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으로 간주하고 수단을 강구해 한국당을 설득하라는 것이 야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입장"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도 정개특위는 전권이 없다며 정개특위 논의보다 당 차원 합의가 먼저라고 주장했다. 여당이 이날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 개편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해 아직 정확한 입장이 없는 한국당 합의까지 받아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정개특위는 특위대로 논의를 지속해야 한다'는 민주당이나 한국당 주장과 배치된다.

심 위원장은 "정개특위가 권한을 갖고 선거제도 개편을 논의해야 한다지만 최소한 출발점에 대한 기본 방향이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속도 있는 논의는 불가능하다"며 "간사들도 특위 중심으로 논의하려면 당에서 권한을 갖고 오든지 당 지도부를 설득하겠다고 해야 특위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입법권을 줬으니 '알아서 하라' 해놓고 지도부가 가이드를 주는데 특위가 제대로 일할 수 있겠냐"고 했다. 앞서 정개특위 논의가 진행되던 중인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야3당 주장과는 차이가 있는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언급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또 전날 한국당이 선출한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가 '의원총회를 통한 당 의견 수렴' 입장을 밝힌 것도 심 위원장이 문제삼는 부분이다. 20대 국회 전반기 때도 입법권을 가졌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한 것 역시 같은 이유로 보고 있다.

그러나 특위 위원들조차 심 위원장의 이같은 인식에 반대한다.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지금은 김대중·김영삼 시대가 아니다"라며 "당 대표들이 자기 당 국회의원 뜻을 무시하고 합의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법에서 정하고 의원들이 의결한 정개특위 외엔 의원들이 존중할 명분있는 합의를 이룰 방법이 별로 없다"고 했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도 "국회 내에서 권한을 위임받은 정개특위가 합의안을 만들어 가는 것이 선거구제 개편 합의를 이뤄낼 수 있는 방법"이라며 당 대표나 원내지도부 차원 논의가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심 위원장이 스스로 '전권'을 깎아내리고 숨기는 것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관철시키기 위한 '전략' 또는 '묘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여당 의원은 "이번 특위는 법제사법위원회도 거치지 않고 바로 본회의에 선거제도 개정안을 올릴 수 있을 정도로 그 어느 때 특위보다 권한이 강하다"며 "한국당 입장이 명확하지 않아 선거제 개편에 미지수가 많으니 심 위원장 스스로 자기 권한을 숨기며 여당을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법안
  • 팩트체크
  • 데스크&기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