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비정규직의 죽음…서부발전은 무재해 산재보험 감면, 왜?

[the300]산업부는 10개월째 "안전수칙 가이드라인 통합작업 초안 작성중" 대답

지난 11일 스물 다섯살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사망한 채 발견된 태안화력발전소. 지난해 12월 준공한 이곳은 한국서부발전이 운영한다.

최근 5년간 서부발전의 태안, 서인천, 평택 등 발전소에서 근무하다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5명. 부상자는 39명에 달한다. 이중 95.5%인 42명이 모두 협력업체 직원이었다. 김씨도 마찬가지였다. 서부발전이 태안화력발전소의 운전·정비 하청을 준 한국발전기술에 입사해 근무하다 3개월 만에 재해를 당했다.

서부발전은 발전소 현장서 44명이 다치거나 사망했지만 도리어 무재해 인증을 받고, 산재보험료를 22억4679만원이나 감면받았다. 하청 기업에 책임을 물고 원청은 책임지지 않는 구조때문이다.

비단 서부발전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해 화력발전 5개사(남동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등 7개 전력기관에서 감면받은 산재 보험료는 497억원에 달했다.

한국전력이 262억원으로 가장 많이 감면받았고, 한국수력원자력은 123억원, 발전5사가 합해서 112억원을 감면받았다. 뿐만 아니라 한전의 전국 사업소 144곳을 비롯해 한수원 본부와 발전소, 화력발전소 본부 등은 무재해 인증을 받기도 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2018.10.1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하지만 이 기간 산업재해는 줄지 않았다. 한전은 최근 5년간 562건의 산재가 발생했다. 이중 95.7%인 538명이 협력업체 직원이었다. 한수원도 재해자 218명 가운데 91.7%(200명)이 하청 또는 외주업체 직원이었다. 남부발전의 경우 147명의 재해인원 100%가 협력업체 소속이었다.

우 의원은 재해발생 위험이 높은 업무를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지난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했었다. 당시 우 의원이 증인으로 신청한 이태성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한전산업개발발전지부 사무처장은 국회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 앞에서 "제발 죽지 않고 일할 수 있게만 해주십시오. 옆에서 죽는 동료의 모습을 보고싶지 않습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화력발전소들이 위험 업무를 외주로 돌리며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사람이 죽어도 잘잘못을 가리고, 징계하고, 과태료 부과하는 화력발전소에서 일하고 있다"며 "우리 5600명의 노동자들은 매일 죽음을 걱정하며 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규직 안해도 좋습니다. 더이상 죽지만 않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호소해 국감장을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정부의 늑장 대처도 도마에 올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초 관계부처 합동으로 '산업재해 사망사고 감소대책' 수립을 발표하고 발전5사의 '발주자 안전 관리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말 이행사항 점검 결과를 묻는 우 의원에게 산업부는 "발전5사별로 공사‧용역 중 안전사고 발생시 계약해지 및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할 수 있는 ‘안전관리계약 특수조건’ 을 운영하고 있다"며 "상이한 안전수칙 가이드라인 통합작업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초안작성 중"이라고 답했다. 이어 "발전사 공통의 안전관리 가이드라인을 연내 확정할 계획"이라고만 답했다. 10개월 가량 준비만 해 온 셈이다. 

우 의원은 한국전력과 발전사들을 향해 발전 공기업들이 사회적 안전에 대한 책임의식을 높이고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먼저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산재가 줄어들지 않는데 공기업들은 매년 산재보험료를 감면받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이날 오전 일찍 김용균씨가 잠들어있는 태안의료원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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