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정국, 운명 엇갈린 주역들…김성태 가고 홍남기 오고

[the300]'일도양단' 정성호…'노익장' 손학규

백지수 기자 | 입력 : 2018.12.08 15:05
국회가 8일 새벽 4시를 넘겨서야 469조6000억원 규모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했다. 법정시한을 엿새나 넘길 만큼 예산 심사에 정당 간 갈등이 격렬했다. 지난 9월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접수된 이래 예산 심사 국면에서 핵심 인물들의 면면도 국민들의 이목을 끌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2019년도 예산안 합의문을 발표한 뒤 손을 잡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사뭇 달라진 '홍·김'의 모습=이번 예산 처리 국면에서는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세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의 '연대' 구도가 달라졌다. 이번에는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손잡고 예산안 협상에 나섰다. 연동형 비례제로의 선거제도 개편이라는 과제를 짊어진 김관영 바른미래당 대표는 결국 의견을 두 정당에 관철하지 못했다. 그동안에는 이번과 달리 교섭단체 간 이견이 생길 경우 '1여2야'의 구도가 형성되거나 김성태 원내대표가 홍 원내대표와 갈등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원장실에서 내년도 예산안 심사 논의에 관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잘가요" 김성태…"어서와요" 홍남기(feat. "어디갔죠" 김상환)=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예산안 협상이 마지막 임무였다. 김 원내대표는 오는 11일로 임기가 마무리된다. 이날 마지막 한국당 의원총회를 주재한다. 여기서 새 원내대표가 뽑히면 그는 원내지도부 자리에서 내려온다.

반면 새로 임기를 시작하고 2020년도 예산 협상을 준비할 사람도 생겨났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다.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홍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처리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예산심사 기간 도중 청와대가 경제부처 수정을 교체하면서 야당의 반발 등 논란도 있었다. 다만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이 한 길을  걷게 되자 한국당도 반발 없이 홍 후보자를 받아들였다. 이에 비해 홍 후보자와 같은 날(지난 4일) 인사청문회를 치른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는 이날 함께 채택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기재위 정성호의 '결단'…'결단' 미룬 예결위=3개월 간 이어진 예산 협상 과정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기회재정위원회의 모습이 엇갈렸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국회 예결위 간사와 장제원 자유한국당 간사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 인사없이 서로 시선을 피하고 있다. /사진=뉴스1
예결위는 결단력 약한 모습만 보였다. 증·감액을 위한 예산조정소위원회는 소위 인원 구성을 어떻게 할지를 두고 의견 충돌만 빚다 당초 지난달 15일인 개의 예정일보다 일주일 늑장 출발을 했다. 어렵게 시작한 증·감액 심사도 순탄치 않았다. 장제원 한국당 예결위 간사와 조응천 민주당 의원 등이 서로 인신공격을 주고받는 가운데 결국 남북협력기금과 일자리 예산 등에 대해서는 예산소위 차원에서 최종 결론을 못냈다. 결국 '밀실 예산 심사'로 몰아갔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의원들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성호 국회 기재위원장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예산부수법안을 처리하려 하자 이를 저지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반면 예산부수법안 처리를 위해 기재위에서는 야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집단 반발과 고성이 정리됐다. 주역은 정성호 기재위원장이었다. 정 위원장은 국회법상 위원장이 질서 유지를 방해하는 의원을 회의에서 퇴장시킬 수 있는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야3당을 무시·배제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예산부수법안 처리가 안 되면 예산안 처리도 어려운 상황에 정 위원장이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예산) 연동형 비례대표제?'…빛 못본 야3당 아이디어=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늦어진 것은 예산안이 선거제도 개편의 '볼모'로 잡혀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런 아이디어를 처음 제시한 것은 야3당, 특히 평화당이었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지난달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야3당 대표·원내대표 공동 기자회견에서 "협치의 제도화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을 여당이 거부하는 경우 예산안 처리에 대한 일방적 협조는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평화당이 작성한 기자회견문 초안에 예산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편을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대표 및 원내대표가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야3당은 민주당과 한국당 설득에 실패하자 이미 법정시한을 넘긴 예산안 처리를 저지하기에 이르렀다. 선거제-예산안 연계 책임을 도리어 민주당과 한국당에 돌리기도 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6일 기자들과 만나 "국민 삶을 위한 예산안을 정치적 흥정 대상으로 삼은 당사자는 오히려 민주당과 한국당"이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예산안 합의 규탄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신스틸러 : '노익장' 손학규=선거제도 연내 개편이 무산되자 '신(Scene) 스틸러'로 등극한 것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였다. 지난 6일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여야 합의가 불발되자 만 71세로 '고령'인 그가 제일 먼저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노익장'에 이목이 쏠리면서도 국회 곳곳에서 그의 건강을 걱정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손 대표의 단식농성 개시 하루 뒤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강추위가 몰아치는 겨울에 연로하신 손 대표의 건강에 해가 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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