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의 현장+]"대통령이 손가락이라도 걸까?"

[the300]홍남기 임명 지연…청문회는 훈훈했지만, 한국당 "청문보고서 채택 못해준다" 돌변

정성호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정회를 선포하고 있다. 이날 국회 기재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여부를 논의하려 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정회했다.
5일 오후 4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전체회의장.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논의를 위한 회의 시간이 됐지만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여야 의원들이 회의 시간에 맞춰 속속 입장했지만 기재위 행정실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정성호 기재위원장실로 들어갔다. 웃으며 인사를 나누던 의원들은 영문도 모른 채 위원장실에 모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르르 나온 의원들은 반으로 갈렸다.

간사인 김정우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은 회의장으로 다시 들어왔지만 추경호 의원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회의장을 지나쳐 사라졌다. 회의장에는 민주당 의원들과 김성식 바른미래당,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만이 자리를 지켰다. 모두가 뒤통수를 맞은 표정이었다.

착잡한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은 정 위원장은 "야당 입장이 정리가 안 된 것 같아 경과보고서 안건을 처리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결국 안건만 상정하고 회의는 정회됐다. 사실상 처리가 불발됐다.

전날 홍 후보자 청문회와는 분위기가 급변했다. 청문회를 마친 직후엔 "통과 안 시킬 이유가 없다"며 훈훈한 분위기였다. 청문회 내용 면으로도 '부적격' 사유로 꼽을만한 부분은 없었다. 그러나 한국당이 돌연 태도를 바꾸자 분위기가 급랭했다.

여당 의원들은 전체회의 직후 열린 조세소위원회 회의에서도 "여긴 왜 들어오셨냐", "그냥 여기도 나가서 정회나 하자"고 한국당 의원들을 비판했다. 소위에 참석한 추 의원과 김광림 한국당 의원은 묵묵부답으로 서류만 뒤적였다.

문제는 국회에 계류된 예산안이다. 한국당은 "경과보고서를 오늘 채택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홍 후보자를 임명할 것 아니냐"는 이유로 이날 채택을 거부했다. 당초 여당은 보고서 채택이 합의가 됐다고 했다.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기한이 이날인 만큼, 우선 채택을 하고 예산안 통과 이후 홍 후보자가 정식 임명될 것이라고 봤다.

이날 기재위 회의 시작 1시간 전까지만 해도 여야가 이견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한국당 원내지도부 차원에서 보고서 채택을 거부한 것. 청와대가 홍 후보자를 즉각 임명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추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홍 후보자가 부총리로 임명되면 예산안 협상은 연속성이 없어진다"며 "불확실성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당은 황당해 했다. 일반적으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면 청와대가 즉시 임명하기는 하지만 예산안 처리가 남은 상황에서 임명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이날 상황이 급변하면서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과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이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게 차례로 전화해 '예산안 처리 후 임명'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당은 요지부동이었다.

여당은 분노했다. 김 원내대표가 막판에 '어깃장'을 놔 국회 예산안 처리 협상에서 카드를 하나라도 더 챙기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한 여당 기재위원은 "예산안 처리를 지연해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이 한국당 아니냐"며 "적반하장이다. 대통령이 손가락이라도 걸고 약속을 해야 믿느냐"고 했다.

한편 인사청문회법상 국회는 이날까지 홍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해야 한다.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접수된 지난 16일을 기점으로 20일 이내에 인사 청문 절차를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가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이내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국회에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이 기간 내에 보고서 채택이 불발되더라도 문 대통령은 홍 후보자를 부총리로 임명할 수 있다. 여야 예산안 협상이 장기화할 경우엔 문 대통령이 홍 후보자 임명을 신속히 단행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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