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4일 “현재 북한의 핵활동이 완전히 중단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고 북한도 기존 핵시설 자체의 중단이나 폐쇄를 약속하지 않은 점을 우리가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별위원회가 지난달 조 장관의 방미 결과를 듣기 위해 마련한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고 특위 간사인 김한정 민주당 의원이 전했다.

앞서 조 장관은 지난달 13~17일 미국 뉴욕과 워싱턴을 방문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 등 미국 정부·의회 및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과 만났다. 통일부 장관의 미국 방문은 2014년 12월 류길재 장관 이후 4년 만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조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핵시설을 완전히 중단한다는 구체적 합의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고 있고 미사일 추가 실험도 중단한 상태”라며 “북미간 합의내용에 대해 준수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그 과정에서 추가 협상을 진행해 북미간 의견차가 있는 부분들을 좁혀나가고 있다”며 “핵활동 지속 문제는 북한이 비핵화를 추진하는 측면에서 국제 여론에 바람직하지 않으나 비핵화 과정에서 결정적 장애가 될 우려할만한 활동으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했다.

◇“북한, 분명한 결심 갖고 비핵화·남북관계 개선 진행”

조 장관은 또 미국 조야의 대북 불신과 관련해 “지난 10년 이상 단절 속에서 북한을 악마화한 이미지에 고착돼 있는 부분들이 있고 실제로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정세의 급변이 미국 사회에 제대로 전달돼 인식되는 부분들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 워싱턴 정가나 언론, 싱크탱크의 비핵화 회의론과 북한 진정성에 대한 의심이 여전하다는걸 느꼈기 때문에 정부도 노력해야하지만 한미 의회차원의 노력은 물론, 미국 교포사회가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만큼 공공외교도 강화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남북간 3차례의 정상회담과 고위급 실무접촉을 통해 북한이 분명한 결심을 갖고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준비하고 대비해 진행하려는 것은 명백하다”고 정부 차원의 평가를 내놨다.

또 “북한도 2020년 당 창건 75주년이 되는데 성과를 내야 한다”며 “북한 주민들에게 경제건설 성과를 보고해야 하고 북한 지도자도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면에서 북한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욕구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북제재는 비핵화와 결부, 인도지원은 준비중

조 장관은 대북제재와 관련해 “아직 국제여론이 조성돼 있지 않고 미국 입장도 변화가 없어 우리 정부만 지속적으로 제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는 만큼 이 문제는 비핵화 진전과 결부해서 협의해 나가야될 문제”라고 했다.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당연히 추진해야하지만 아직 대내외적 여건이 충분히 조성돼 있지 못해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준비를 하고 있고 계기가 마련되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대북 인도지원은 한번 시작되면 사업 성격상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하는 만큼 계기가 마련돼야하고 미국과의 협의 부분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인도지원 시점은 이날 간담회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조 장관은 “북미간 비핵화 속도를 내기 위해서 남북관계 진전이 도움 될 수 있다는 우리 측의 입장에 대해 미국이 기본적인 이해와 동의를 했다”며 “인도지원 부분에 미국이 반대를 표시하지 않았고 남북철도조사 사업 재개에도 흔쾌히 지지한다는 표명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연내 서울답방 약속…민주당 “지켜질 것”

민주당 한반도비핵화특위 소속 의원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약속이 지켜질 것으로 봤다. 관련해 “북한 입장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만큼 방남이 비핵화의 구체적인 진전에 도움되는 방향과 여건이 되도록 살피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의원들은 또 2차 북미정상회담 전에 답방하는 것이 북미회담의 성과를 내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데 공감대를 표시했다. 방남 준비시간 문제는 그동안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보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인식했다.

북미 고위급회담의 재추진에 대해 조 장관은 “정부도 파악하기 쉽지 않다. 미국은 폼페이오 장관이나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의지가 상당하고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