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전문위원의 역할과 전문성(하)

[the300][정재룡의 입법이야기]전문위원 역할 커져

앞서 살펴본 것처럼 국회 전문위원의 주된 역할은 단순히 전문지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안건심사를 지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전문위원은 안건심사의 실무를 담당한다. (상편 바로가기: http://bitly.kr/V8xp) 

물론 전문위원이 안건심사 실무를 잘 하기 위해서는 정책내용에 대하여 잘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안건심사 실무는 단순히 정책내용을 잘 안다고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입법 실무와 관련하여 말한다면 어떤 정책을 입법화하기 위하여 제출된 법률안에 대한 심사에서 그 정책의 구체적 내용을 잘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정책의 입법화의 타당성에 대한 분석․평가능력, 이해관계자들의 특수이익과 국민일반의 공익 사이의 균형감각, 입법적 문제의 처리능력(문제해결능력), 법률안의 체계자구심사능력(법제 노하우) 등을 구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실제로 국회에서 몇몇 전문위원 자리를 개방직으로 할애하여 해당 전문지식을 가진 외부인을 임용하여 보았으나 그 효과는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오히려 어떤 정책의 구체적 내용을 너무 잘 아는 경우는 그 세세한 사항에 매몰되어 그 정책을 객관적으로 분석․평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학자들은 보통 어느 한 분야에 오래 종사하면서 자기 고유의 시각을 갖게 되어 여러 학설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들은 이론적인 측면에서 전문지식을 갖고는 있지만 실무적 측면에서 전문가로 볼 수는 없다. 그래서 미국의 경우는 교수들이 1년여의 실무수습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고위 공무원으로 임용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물론 국회 전문위원에게도 정책의 내용에 대한 전문지식은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무원은 계급제도에 따른 순환보직 인사가 적용된다. 국회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행정부 공무원은 평생 한 부처에 근무하는 반면, 국회 공무원은 평생 근무하면서 여러 위원회에 순환배치되어 한 분야(부처)에 관한 업무만 계속할 수 없고 여러 분야(부처)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다가 전문위원에 오르게 된다. 결국 국회 전문위원은 그러한 인사제도상의 제약으로 인해 한 분야의 전문지식을 습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순환보직제의 장점도 있다. 국회 전문위원은 여러 부처에 관한 업무를 경험하게 되면서 국정의 전체를 보는 안목을 기를 수 있다. 실제로 행정부 공무원들은 국회 전문위원들의 국정 전반을 볼 수 있는 안목을 부러워한다. 또한, 우리 국회는 상임위원회 중심주의의 단점으로 상임위원회와 소관부처가 밀착되는 경향이 있는데, 순환보직제는 그러한 경향을 완화시키는 역할도 한다. 기획재정부의 예산실 공무원, 감사원의 감사관 등의 업무 상대 부처가 고정되기보다는 순환보직제로 바뀌는 것도 그러한 측면에 대한 고려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국회 전문위원에게 요구되는 것은 정책에 대한 세부적인 지식이 전부일 수는 없다. 오랫동안 한 분야에 종사하여 그 업무에 정통하거나 노하우를 축적하여 숙련도가 높은 사람을 우리는 전문가라고 부른다. 따라서 국회에 오래 근무하면서 입법 등 안건심사의 노하우를 축적한 사람도 전문가로 부를 수 있다. 결국 국회 전문위원에게 요구되는 것은 어떤 특정분야의 전문지식이 아니라 안건심사 실무능력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수고선고(水高船高)라는 말이 있다. 이는 사물의 밑바탕이나 주변 환경이 좋아지면 자연히 그 사물 또한 좋아짐을 의미한다. 국회에 전문가가 많을수록 합리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그에 따라 국회의 위상도 올라갈 것이다. 따라서 국회 전문위원은 명실상부하게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전문성 함양을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근래 국회입법이 활성화됨에 따라 전문위원의 역할도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입법의 홍수 속에 전문위원은 법안의 처리율과 입법 품질의 제고에 책임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국회 전문위원 제도의 존재이유일 것이다.
정재룡 국회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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