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전문위원의 역할과 전문성(상)

[the300][정재룡의 입법이야기]

 국회법은 전문위원의 직무를 “의안과 청원 등의 심사, 국정 감사, 국정조사 기타 소관사항과 관련한 검토보고 및 관련 자료의 수집·조사·연구”로 규정하고 있다. 이 중 국회의원이 입법과 재정에 관한 결정을 함에 있어서 필히 참고하는 ‘법률안, 예산안 및 결산에 대한 검토보고’가 전문위원의 핵심적 업무라 할 수 있다. 국회법은 “위원회는 안건을 심사함에 있어서 먼저 그 취지의 설명과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듣고, 대체토론과 축조심사 및 찬반토론”을 하도록 함으로써, 전문위원 검토보고를 안건심사의 절차 중 하나로 두고 있다.

전문위원은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법률안 등 안건에 대하여 검토하여 내용의 타당성 여부, 문제점과 수정방안 등을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원들에게 직접 보고하게 된다. 다만, 법률안이 동시에 너무 많이 상정되는 경우에는 그중 일부만 직접 보고하고 있다. 국회법은 해당 안건의 위원회 상정일부터 48시간 전까지 검토보고서를 소속 위원에게 배부하도록 함으로써, 위원이 검토보고서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안건심사는 소위원회가 핵심적 역할을 하는데, 소위원회 심사에서도 검토보고서의 내용이 중요한 논의대상이 된다.

국회의원은 숫자가 아무리 많더라도 모두 최종결정권자이지, 국회의원이 수직적 분업을 통해 실무까지를 다 할 수는 없다. 특히 국회의원은 소속정당에 따라 노선과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 또한, 합의제 조직의 의사결정은 책임감 분산이라는 한계가 있다. 우리 국회는 상임위원회 중심주의로서 실질적인 안건심사가 거의 대부분 상임위원회에서 실시되는데, 전문위원 제도는 상임위원회 운영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여 안건심사에 대한 책임감을 제고하는 의의가 있다.

국회의원은 지역 또는 직능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특정 정당 내지 정파에 소속된다는 점에서 일정한 한계를 갖는다. 이는 오늘날 대의제민주주의 내지 정당민주주의의 근본적인 한계이기도 하다. 또한 시간 및 정보의 부족으로 정책에 대한 심층적이고 전문적인 검토가 어려울 수 있고, 법체계나 행정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안건 심사에 있어서 법적, 행정적 실현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할 수 있다. 전문위원은 이러한 국회의원의 한계를 보완함으로써 안건심사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역할을 한다. 

국회 전문위원 제도는 이러한 배경과 취지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데, 전문위원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안건심사의 방향을 제시한다. 전문위원 개인의 주관적 의견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가장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한다. 법률안, 예산안 등 안건의 복잡한 내용과 다양한 이해관계를 이해하기 쉽게 분석·정리하여 제공함으로써 의원들이 그 안건을 효율적으로 심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둘째, 안건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법률안 등 안건의 추진배경,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유사 사례, 예산집행실적, 신규사업의 여건이나 법정절차 이행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행정부나 이해관계자들이 제공하는 정보 중에는 편향․왜곡되거나 부정확한 정보들이 포함될 수 있는바, 그런 정보들 때문에 심사가 잘못되지 않도록 사실관계를 확인하여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셋째, 여야 간에 중립적인 입장에서 거중조정 역할을 수행한다. 여야가 대립하는 사안이라면 절충안을 제시하여 타협을 유도한다(주로 소위원회). 균형 있는 대안 제시로 정파적 대립을 완화할 수 있다.

넷째,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제고한다. 검토보고서는 안건심사에서 적극 활용되고 의회의 공식자료로 보존됨으로써 의회 의사결정의 투명성 향상에 기여한다.

다섯째, 체계문제를 보완한다. 안건에 체계 등 형식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수정의견을 제시한다.
여섯째, 이런 역할과 더불어 그 안건의 처리방향이 결정되면 그 처리업무를 담당한다. 예를 들어 위임을 받아 법률안의 수정안이나 대안의 조문을 만들어 처리하게 된다.

전문위원이 이러한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 국회법은 전문위원을 “위원회에 위원장 및 위원의 입법활동 등을 지원하기 위하여 의원 아닌 전문지식을 가진 위원”이라고 칭하여 전문위원에게 전문지식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전문지식이란 무얼 말하는 것일까? 위원회에서 일하는 전문위원의 전문지식과 관련하여 그 위원회 소관 행정부처 공무원이나 관련 학계의 교수 등과 비교하여 전문지식이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얘기가 들리기도 한다. 

여기서 전문지식이란 그 분야의 정책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상임위원회의 전문위원에게 소관 부처의 공무원이나 관련 학계의 교수들과 똑같은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게 적절할까? 사실 전문위원에게 그런 종류의 전문지식이 필수 요소라면 굳이 위원회에 전문위원을 상근시키는 것보다는 필요할 때마다 그런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을 불러서 쓰면 더 좋을 것이다. (하편에 계속) 
정재룡 국회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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