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간담회' 국내이슈 답변거부, '내치 집중'의 역설적 예고

“사전에 약속을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내 문제는 질문 받지 않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오클랜드로 향하던 공군1호기 내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기 앞서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 기강 문제, 부진한 경제지표 문제 등에 대해 ‘답변 거부’라는 모양새를 감내하면서도 정한 룰이었다. 민감한 국내 이슈에 대한 답이 ‘지구 한 바퀴’ 순방의 성과보다 더 주목받을 것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이 이미 ‘내치 집중’ 모드로의 전환을 염두에 두고 답변을 거부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국내 문제를 가볍게 보지 않고 있으며 순방 후 메시지와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겠다는 의미다. 실제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국내에서 많은 일이 저를 기다리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믿어주시길 바란다”고 글을 남겼다.

가장 먼저 손볼 것은 청와대 기강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김종천 전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에 이어 민정수석실 특감반원들의 골프 접대 등의 문제가 순방 기간 중 불거졌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순방 중에도 관련 사건에 대해 자세한 보고를 받아왔다. 특별한 조치를 언급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최근 김 전 비서관의 음주운전이 발생하자 마자 ‘직권면직’이라는 고강도 카드를 꺼냈던 점을 미뤄볼 때 문 대통령이 귀국 후 특정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강 문제를 바로 잡는 게 청와대 인사로 이어질 지 여부도 관건이다. 야권이 요구하는 대로 조국 민정수석을 당장 경질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청와대 다수 직원들의 근무기간이 1년6개월이 넘었고, 2020년 총선 출마를 원하는 참모들도 있는 만큼, 분위기 잡기를 위해 내년 초 조직 재정비에 나설 가능성은 크다. 실제 관련 인사 검증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치 집중’의 중심 축은 아무래도 경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집권 2년차의 콘셉트로 ‘국민 삶을 바꾸는 경제’를 잡았었지만 지표 부진으로 체면을 구긴 문재인 정부다.

집권 3년차에는 이렇게 경제정책 관련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경제지표 부진이 내년 상반기 내내 이어질 경우 정권 후반기 국정 구상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2% 중반대로 예상되는 성장률은 견조하다는 판단이다. “성장률이나 국내총생산(GDP) 보다 국민의 ‘삶의 질’이 더 중요하다”는 문 대통령의 지론에 맞춘 정책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정책 속도전’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카드 수수료 대책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자영업자 대책을 지시한 것처럼 ‘직접적 조치’가 빈번하게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2019년 업무보고도 관례보다 한 달 앞당겨 12월 중순에 이뤄진다. 일자리·노동 의제가 걸린 고용노동부, 통상 문제 가 걸린 산업부 등 주요 경제부처들이 업무보고 대상으로 거론된다. 최근 문 대통령은 장관들에게 “현장을 모른다”고 질타하며 강도높은 업무보고를 예고하기도 했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축으로 하는 포용국가 비전은 ‘직진’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서 기존 경제정책의 3가지 축을 ‘사람 중심 경제’라 칭하면서 “사람 중심 경제가 뿌리 내리면, 성장의 혜택을 골고루 나누는 포용적 성장이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내년까지 포용국가 비전을 마련하는 작업도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제 경제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 중에서도 거시경제는 선방을 하고 있다는 판단”이라며 “잘 하고 있는 부분은 잘 한다고 하고, 안 되는 부분들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경제 이슈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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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지구 한 바퀴 순방 결산]②靑 정비-삶 바꾸는 경제-포용국가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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