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초 남북미 북핵 테이블의 윤곽이 잡혔다. 선(先) 서울 남북 정상회담-후(後)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다. 빠르면 연내부터 프로세스가 시작된다. 의제로는 종전선언과 타임 테이블 교환이 거론된 가운데 제재 완화는 빠지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이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뉴질랜드 오클랜드로 향하는 비행기 내에서 진행한 기자 간담회의 핵심 내용은 '아직 제재완화를 논하기에는 이르다'로 요약된다. 전날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양국은 완전한 비핵화가 될 때까지 제재를 유지하는 것에 동의했다.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20% 혹은 30%가 될 지는 모르지만 어느 정도 단계가 되면 그 때의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가 될 수 있다"며 "그런 것은 협상에 따라서 상호 간에 판단하는 문제다. 그 판단은 결국은 미국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북측이 지금까지 취해온 비핵화 조치나 영변 핵시설 폐기 등 예고한 조치에 걸맞는 '상응하는 조치'로는 제재완화가 아닌 종전선언을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과 관련 "정치적 선언"이라고 지칭, 미국측의 부담을 더는 것에도 신경썼다.

종전선언은 당초 4·27 판문점 선언 당시 연내에 추진키로 했던 내용이다. '연내'에 초점을 맞춘다면 정상간이 아닌 장관급 종전선언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종전선언의 형식은 상당이 오픈돼(열려) 있다"고 언급하며 실무급 종전선언의 가능성을 열었던 바 있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의제로는 타임테이블 교환이 포함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 내'라고 제시했던 비핵화-체제보장 시간표를 구체화해 교환하자는 것이다. 북측 입장에서는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을 의미하는 것이고, 미국 입장에서는 '기브 앤드 테이크' 형식을 북측에 보장하는 방식이다.

이런 의제를 논의할 협상 테이블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정됐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연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12월 중 답방 시나리오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한미정상회담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초 제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재확인했다. 최근 지지부진한 결과물로 북핵 협상에 대한 의지가 약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일축했다. 연내 서울 남북 정상회담, 내년 초 제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협상판의 '플랜A'가 짜여진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도 연내에 남북 간 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는 그런 인식을 충분히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을 내년 초에 한다고 하고, 김 위원장이 올 연말에 서울에 온다고 하면 못받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남은 것은 김 위원장의 선택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정상이 사실상 김 위원장에게 협상 스케줄과 의제에 관한 메시지를 전한 만큼 어떤 응답이 돌아올 지가 관건이다.

일단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빈손 방남'은 피하려 할 것이다.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한 '상응하는 조치'로 종전선언에 만족할 지가 변수다. 제재완화는 아직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는 한미의 입장에 대해 북한 내 강경파들이 납득을 할 지 여부를 아직 장담할 수 없다.

한미가 제안한 스케줄의 입구에 있는 서울 답방과 관련 북측에서는 경호 문제 역시 민감하게 생각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김 위원장이 열렬한 환호만 받지 못할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백두혈통으로 북한 내에서 갖는 위상을 생각할 때 의전 문제는 북측 인사들의 핵심적인 고민이 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평양에서 일방적인 환대를 받았는데, 김 위원장이 서울에서 비난에 직면하는 것은 북측에서 상상하기 싫은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초기의 진전이 워낙 빨랐다 보니 요즘 한두 달 정도의 정체 때문에 뭔가 지금 교착에 빠진 것 아닌가 하고 걱정하는 듯 하다"며 "이 과정이 잘 이뤄지리라고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물론 가장 결정적 고비는 역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