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속철 北 코앞까지…"韓 경협 준비 오히려 뒤처져"

남북 철도 현지조사를 하루 앞둔 29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경의선 철도 남측 구간에서 한국철도공사 코레일 시설팀 관계자들이 선로 점검을 벌이고 있다. 남북은 오는 30일부터 내달 5일까지 경의선 개성~신의주 400㎞ 구간을 조사한 뒤 8~17일 동해선 금강산~두만강 800㎞ 구간을 조사할 계획이다. 2018.11.2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재가 풀리면 철도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곳은 한국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중국은 이미 단둥에서 평양, 서울까지 고속철을 놓겠다고 얘기한 적도 있습니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남북이 30일부터 18일간 북측 철도를 함께 조사한다. 남북 정상이 4월 판문점선언에서 약속한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를 구현하기 위해 첫발을 내딛은 셈이다.

남북이 철도 연결 착공식을 남북 정상 합의대로 올해 안에 실해도 본격적인 연결 사업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가 북한 비핵화의 상응조치로서 대북 제재를 상당부분 완화해야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실제 착공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조사와 착공식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낸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이 공동조사가 외국자본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반박한다.

◇"中, 러, 日, 호주, EU까지 北과 경협 노린다…우리는 오히려 뒤처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남북경제협력특별위원회에서 "당국 차원에서 철도사업 등을 하는 건 그런 상황(제재 해제) 시 철도, 도로사업을 한반도 주인인 우리가 직접 하도록 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라고 밝혔다. 제재 하에서 조사와 착공식을 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이다.

조 장관은 "지금 북한과 경협과 관련해 중국, 러시아 뿐아니라 일본, 호주, 유럽연합(EU)의 많은 국가들이 향후 대북 제재 해제시 할 수 있는 사업준비를 위해 많이 들어가고 있다"며 "그런데 우리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그런 것들을 자제하면서 질서있게 되도록 하는 그런 측면이 있어서 어떤 면에서는 저희가 뒤처지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역시 같은 자리에서 "특히 철도 같은 경우에 이 사업은 대한민국이 아니면 못한다 이런 생각들을 일부에서 하시는 것 같은데 제재 국면이 풀려 실질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게 되면 철도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에 한정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중국 같은 경우에도 이미 단둥에서부터 평양, 서울까지 고속철을 놓겠다는 계획을 얘기한 적도 있고 러시아, 일본도 대북 투자를 준비 하고 있어 마치 우리가 '따놓은 사업을 하러 간다' 식의 생각을 하면 오히려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통일부 당국자 역시 철도 조사 시작 전날 기자들과 만나 "비판적인 시각 가지신 분들이 있지만 단순한 철도 연결, 현대화가 아니고 엄청난 기회"라며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는가는 우리 몫이고 우리가 추진하려는 한반도 경제공동체,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등 모든 것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철도 굴기 中, 10년 새 고속철 급성장…北 접경지역까지 고속철 건설

정부의 이 같은 시각은 중국이 최근 10년간 고속철을 급격히 확장하며 북한까지 고속철을 연장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걸로 알려진 상황과 맞닿아 있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이 열린 2008년 베이징~톈진 구간의 고속철을 처음 개통한 것을 시작으로 고속철 구간을 급격히 확장했다. 올림픽 전 중국의 고속철은 전무했으나 현재 고속철 운행 노선은 2만5000km다.

중국철도총공사는 올해 초 '2018년 공작회의'에서 이 고속철 운행 노선을 2025년 3만8000km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동서남북 전역을 연결하는 '4종4횡' 고속철도망 구축이 급속한 속도로 이행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내년이면 압록강 건너편 중국 단둥에서 베이징까지 4시간이 채 걸리지 않게 된다. 중국철도총공사는 현재 4~5시간인 베이징~심양 구간 운행시간을 2시간 30분으로 단축하는 고속철을 내년에 개통할 예정이다.

현재 심양에서 단둥으로 고속철을 타고 가면 약 1시간 20분이 소요되는데, 단둥~심양~베이징 구간을 3시간 50분 이하로 주파할 수 있는 고속철이 완성된다.

남북 철도사업에 정통한 한 정부 관계자는 "중국과 러시아는 철도 사업에 대한 필요가 높아 (제재 해제 후에) 바로 북한으로 밀고 들어올 것"이라며 "여기에 대비하기 위해 남북 공동조사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역설적이지만 10년 새 중국의 고속철이 급속히 발달했다는 점은 오히려 남북 철도 사업에 긍정적일 수도 있다"며 "남북간 연결 사업에 대한 주도권을 우리가 잘 살려서 중국의 고속철과 연결되도록 하면 이점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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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남북 철도조사 시작…"착공 바로 어렵지만 외자 밀려 올 때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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