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철도 공동조사…3개월 밀려 우여곡절 성사

[the300]8월 말 유엔사 제동에 무산→10월 말 착수 합의→유엔 제재 면제 후 확정

권다희 기자 | 입력 : 2018.11.28 15:38

남북이 30일 착수하기로 한 철도 공동조사는 당초 8월 말 추진됐으나 유엔군사령부(유엔사)의 ‘제동’으로 무산됐다. 결국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대북 제재를 면제하는 절차를 거쳐 3개월 만에 조사 일정이 확정됐다.

남북은 4.27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를 이행하기 위해 남측에서 북측 신의주까지 열차를 직접 운행하는 방식의 공동조사를 8월 22일부터 착수하기로 계획했었다.

그러나 조사 직전 정전협정상 군사분계선 통과 승인권을 보유한 유엔사가 열차의 군사분계선 통과를 불허하면서 계획이 무산됐다. 군사분계선을 넘을 때 48시간 전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다.

그러나 유엔사가 미국의 영향 하에 있다는 점에서 이 불허가 미국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이 남북관계가 북한의 비핵화에 비해 더 빨리 가는 걸 탐탁치 않게 생각할 수 있다는 추정이다.

이후 남북이 9월 평양정상회담에서 철도·도로 착공식 연내 개최를 합의하고 10월 남북이 고위급회담에서 구체적인 철도 공동조사 및 철도 연결 착공식 일정에 합의하면서 철도 협력이 다시 속도를 내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남북은 10월 하순부터 공동조사를 한 후 11월 말∼12월 초 착공식을 열기로 했다. 그러나 10월 중순까지만 해도 10월 말 중 예정대로 무리 없이 이뤄질 걸로 보였던 공동조사는 약 한 달 간 또 미뤄졌다.

이 가운데 미국이 우리 정부 측에 대북 제재 위반 가능성을 제기했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왔다. 조명균 장관이 조사 지연 이유에 대해 "미국과 생각이 약간 다른 부분이 있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결국 8월까진 공동조사가 제재 대상이 아니라 봤던 우리 정부도 최근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에 제재 면제 신청을 하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후 23일(현지시간) 안보리가 면제를 승인하며 공동조사 일정이 최종 확정됐다.

이는 철도 조사 시 북측 지역에 반입하게 되는 제재 위반 대상 품목과 관련, 당초 우리 정부는 우리가 쓰고 돌아오는 물자이기 때문에 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걸로 해석했지만 미국 측이 보수적 해석을 요구한 것 때문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이 본격적인 사업이 아닌 조사 차원에서의 반입·반출도 제재 대상으로 여기며 한미간 해석차가 있었고, 결국 우리 정부가 미국 측의 해석을 수용하며 조사가 이뤄졌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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