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이종찬을 아시나요?

[the300]11~14대 국회의원, 현대정치사 산증인…'손으로 쓴' 역사와 비사, 최근 국회도서관서 공개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이종찬 전 국회의원 기증 기록물 전시회'에서 이 전 의원이 문희상 국회의장과 함께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국회도서관
"이 사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자의든 타의든 정치에서 물러나야 할 것입니다." 

민주화 물결이 거세던 1987년 6월, 당시 여당인 민주정의당에서 한 재선의원이 노태우 당대표에게 보낸 서신의 내용 일부다. 그는 노 대표에게 '중대한 결단'을 내려할 때라고 강조했고, 그렇지 못할 경우 공멸할 것이라고 직언했다.

초재선 의원이 당 대표에게 직언하는 것은 30년이 지난 지금의 정치권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일화의 주인공은 11~14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종찬 전 의원으로 그의 진언은 당시 노 대표의 '6.29 민주화 선언'이 나오는데 당내에서 큰 압력이 됐다. 
  
이같은 한국 현대정치사의 한 대목은 지난 12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이종찬 전 국회의원 기증기록몰 전시회'를 통해 알려졌다. 국회의원, 대통령직인수위원장, 국가정보원장 등을 지낸 그는 평생 보관해온 자신의 의정활동 관련 자료 등 6500여 점을 국회도서관에 모두 기증했다.

이 전 의원은 28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인터뷰에서 "자료를 버리지 못하는 성질이 있어 집이 작은데도 자료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살았다"며 "국회도서관이 잘 보존하겠다고 해서 다 줬다"고 했다.

이 전 의원의 기록물들은 197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정치사의 단면들을 고스란히 담아낸 역사적 자료들이었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비사'들도 다수 포함됐다.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친필 사인이 담긴 '남북관계 보고서'(1971년)와 김일성 북한 주석의 친필 사인이 담긴 '금강산 관광개발 타당성 조사보고서'(1993년) 등은 올해 남북관계의 큰 변화와 함께 역사적으로 새롭게 재조명 받았다.

이종찬 전 의원이 국회도서관에 기증한 기록물들 이미지/사진제공=국회도서관
'6·29 노태우 선언 8개항의 추진상황', '수평적 정권교체를 위한 97대선 전략 보고서', '제15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보고회의 시나리오',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 폐지법률안' 등 이 의원이 육필로 직접 쓴 기록물들은 지난 역사이지만 마치 살아 숨쉬는 것처럼 느껴져 전시회에서 많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요즘엔 PC나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본다는 이 전 의원은 "육필로 문서를 썼을 때는 육감적인 것이 있어 생동감이 넘쳤던 시절"이라며 "요즘은 편리한 세상이긴 하지만 뭔가 좀 빠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전 의원은 이번에 많은 자료들을 기증했지만 민감한 것들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문건에 관련된 분들이 아직 생존해 있어 자칫 잘못하면 그분들의 인격을 침해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그런 문건들은 따로 정리해 내 사후 10년 후에 공개하든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다. 1981년 민주정의당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민주자유당에서는 대통령후보 경선에도 출마했다. 새한국당 대표 시절 김 전 대통령의 새정치국민회의에 전격 참여해 이후로 선거기획본부장을 맡는 등 김 전 대통령 곁에서 중심축 역할을 맡아 민주정권을 창출하는데 기여했다.

이 전 의원은 정치계 원로로서 후배 정치인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그는 "국회는 국민의 의사를 결집해 타협하고 절충하는 장소"라며 "손해라는 생각을 하지 말고 타협의 길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법안
  • 팩트체크
  • 데스크&기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