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너간 김정은 연내 답방?, '물리적으론 가능하지만…'

[the300]북미 고위급회담 지연 전망 속 내년 방남 가능성 무게

권다희 기자 | 입력 : 2018.11.27 15:28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내년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을 청와대가 시사 하며 김정은 위원장의 방남 여부와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물리적으로 아직은 연내 방남이 가능하지만 북미 협상 추이에 따라 내년 이후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에 점차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김정은 위원장 서울 답방 시기에 대해 26일 "여러 가지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있다"라고 밝혔다. '연내 답방'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해온 청와대가 처음으로 내년 답방 가능성을 드러낸 것이다.

9월 평양에서 남북이 합의한 평양공동선언은 가까운 시일 내 김정은의 서울 방문을 명시했고, 이 '가까운 시일 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이라고 밝혔다. 이후 우리 정부는 북미 정상회담이 내년 초로 연기된 이후에도 연내 방남은 추진한다는 의지를 밝혀 왔다.

일단 물리적으로 아직까지는 연내 방남이 완전히 불가능한 건 아니다. 통상 남북 정상회담 약 1달 전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남북 고위급회담이 개최되는데 올해 3차례 정상회담을 열며 실무적 준비 기간이 단축될 수 있어서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현실적인 방남 가능성에 대해 “많은 분들이 시간이 얼마 안 남아 가능하냐고 말씀하시는데 금년 들어서 세 차례 정상회담이 다 실용적으로 짧은 기간의 준비를 통해서 이루어졌다”며 “그렇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제약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정부 고위 당국자도 “첫 서울 방남이란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남북이 올해 의전, 경호, 통신 등의 접촉을 많이 해서 마음만 먹으면 한달 동안 물리적, 실무적으론 준비가 충분히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북미 교착이 예상보다 더 길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간 북미 고위급회담은 이번 주 후반 열릴 거란 예상과 다르게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북미 고위급회담이 개최 돼 북미가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한 가시적인 협상 성과를 낸 뒤 남북 정상이 만나는 구상이 예상과 다르게 어려워진 것이다.

미국은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가 함께 진전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비핵화에 뚜렷한 진전이 없는 채 올해 네 번째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이전에 비해 진전된 합의들을 내놓기 어렵다.

무엇보다 남북이 올해 구체화하고 있는 경제협력 구상 실현엔 미국이 주도하는 구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 비핵화에 상응한 제재 완화를 얻지 못하면 진전된 경협 계획 역시 내놓기 어렵다.

한두달 정도의 지연이 발생하고 있을 뿐 전체적인 틀은 유지되고 있어 일단은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다음달 경 북미 고위급회담이 열린 뒤 연초 김정은 위원장의 방남이 성사될 가능성은 유효하단 관측이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실질적인 성과가 있는 남북 정상회담이 형식만 갖춘 회담보다 나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굳이 연내라는 시점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며 "아직 다음달 경 북미 고위급회담 개최 가능성이 있어 내년 초쯤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시나리오는 여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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