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앞수표 미청구액 9300억, 은행에서 서민 품으로

[the300][2018 대한민국 최우수 법률상]]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사진=김평화 기자
고객이 찾아가지 않은 자기앞수표 미청구 금액은 그동안 은행의 수익으로 처리됐다. 하지만 이제는 서민 지원에 쓰인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 덕이다.

박 의원이 지난해 6월 발의한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세 달 뒤 무난히 국회 문턱을 넘었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2008~2016년 '잡수익'으로 처리한 장기 미청구 자기앞수표 금액은 7936억원에 달했다. 지역 농협·수협(총 1376억원)을 더하면 이 기간 금융회사들이 챙긴 금액은 9312억원에 달한다.

고객이 찾아가지 않는 자기앞수표 미청구 금액은 '서민금융 지원에 관한 법률'상 '휴면예금'에 해당한다. 박 의원은 "이 돈을 전액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해 서민금융 지원에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휴면예금'은 채권·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예금이다. 개정안은 장기 미청구 자기앞수표 발행대금을 휴면예금에 출연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돈을 휴면예금으로 출연, 서민금융에 활용토록 했다.

박 의원은 기존에 있던 법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17대 국회 때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휴면예금법을 처음 만들었다. 그때만 해도 은행 이용자들은 자신의 계좌들을 한눈에 찾아볼 수 없었다. 소액 계좌는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찾아가지 않은 돈이 은행에 쌓였다. 그 돈을 서민들을 위해 쓰자는 법을 만든 것이다.

10년이 넘고 금융시스템이 변했다. '내 계좌 한눈에 찾아주기' 서비스가 생겼다. 한편으론 서민금융 재원이 줄어들었다. 다른 재정적인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박 의원이 고민한 지점이다. 박 의원실은 회계사무소처럼 일했다. 각 은행의 자기앞수표 관련 데이터를 모아 장부를 만들었다. 법적 검토를 받고 은행연합회와 논의했다. 다행히 반발은 크지 않았다. 

박 의원은 또 다른 재원을 찾아 나설 생각이다. 5만원권이 대량 유통되면서 자기앞수표 사용량이 줄어드는 추세라서다.

◇정치인은 법안·정책으로 말한다=국회의원들은 법과 정책으로 말해야 한다는 게 박 의원의 지론이다. 박 의원은 "정부정책에 대한 찬반을 떠나 정책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빈틈은 없는 지 자의적으로 운영되는 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국회가 제대로 하면 정부가 훨씬 긴장하게 된다"고 말했다.

삼권분립 원칙 하에 행정부가 임의로 할 수 있는 행위는 하나도 업다. 모두 법에 의거해야한다. 대한민국에선 상당히 오랜 시간 행정부 우위 체제가 유지됐다. 그런면에서 행정부의 행정행위 자체가 임의성·자의성을 갖는 경우가 종종있다.

박 의원은 "그런 부분이 개선되지 않은 것은 국회가 제몫을 못하기 때문"이라며 "알아서 고치면 좋은 일이지만 국회가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의 법안 욕심, "이 법안 참 좋은데…"=박 의원의 '법안 보따리'를 열어봤다. 박 의원이 발의한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됐다. 박 의원이 18대 국회때 개정법으로 제출했던 법안이 10년만에 빛을 본 셈이다. 회기불연속 원칙에 따라 18·19대 때 폐기됐고, 20대 국회에서 다시 제출된 법안이다.

이 법은 금융상품 소비의 전 과정을 규율하는 종합적인 소비자보호 체계다. 사전정보 제공부터 판매과정에 이르기까지 지켜야 할 원칙, 불완전판매 등으로 소비자피해가 발생할 경우 구제 방법 등을 모두 규정한다. 특히 논란이 많은 분쟁조정 절차 등도 포함한다. 

박 의원은 금융그룹통합감독법도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말한다. 규제 강화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박 의원은 "일반 은행과 투자은행, 인터넷은행까지 은행의 경계선이 없어졌다"며 "사업 영역이 많이 바뀌고 있어 금융그룹을 통합적으로 감독할 필요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를 풀어주고 장벽을 제거하려면 통합으로 가야한다"며 "통합감독시스템이 있으면 규제를 적극적으로 풀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달라진 과방위, 중심엔 박선숙=박 의원은 20대 후반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활동중이다. 박 의원이 소속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0대 국회 전반기 때 '비인기' 상임위였다. 그런 과방위가 변하고 있다. 정책 발굴 중심의 학구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박 의원은 "과방위가 굉장히 중요한 상임위"라며 "전반기 때는 중요성에 비해 아까운 시간을 너무 많이 잃었다"고 말했다. 혁신성장의 '키(key)'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과방위가 쥐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 의원은 "휴대폰과 자동차로 먹고사는 시대는 끝났다"며 "결국 미래 먹거리문제지만 지난 10여년 간 정부의 조치가 적절하지 않았거나 노력이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과방위의 역할로 투명하고 공정한 디지털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꼽았다. 아울러 미디어 빅뱅 시대에 미래를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할 지 고민하는 것이라고 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박 의원의 활약은 눈에 띄었다. 박 의원은 국감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저력을 보여줬다. 어떤 이슈에 대해서도 지식이 부족하지 않았다. 감춰진 비리를 찾아 비판했다. 합리적인 대안도 제시했다.

박 의원은 특히 IT전문 분야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업체 화웨이로부터 LG유플러스에 5세대(5G) 통신장비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소스코드'를 공개할 용의가 있다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박 의원은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연관이 있는지를 물었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지를 추궁하기 위해서다. 정치권과 업계 안팎에선 문제의 핵심을 찌르는 질의라고 호평이 이어졌다.

◇'구글세법', 디지털 경제 시대 법공백 없앤다=박 의원은 해외 사업자에 대한 국내 사업자 역차별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최근 '부가가치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외 IT 기업의 서비스에 대한 과세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행 부가가치세법은 과세 범위에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해외 IT 기업이 제공하는 대부분의 서비스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이들 기업의 매출을 파악하기 어렵고 정확한 과세로 이어지지 않았다. 또 B2B(사업자 간 거래)도 과세 범위에서 빠져 있어 서비스 특성상 B2B 거래가 많은 인터넷광고,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 등에 대해선 부가가치세 신고 의무가 없다

박 의원은 '구글 청문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그는 "여야 간 입장 차이가 찬반으로 갈리는데 그게 함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찬성이냐 반대냐 입장을 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조문을 갖고 법안에 대해 논의해야 한단 설명이다. 

◇DJ에게 배운 정치, 빼놓을 수 없는 '최고의 팀'의 도움=박 의원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DJ)을 따라 정치에 입문했다. DJ의 정치철학을 그대로 배웠다.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 대해 답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어떻게 가능하냐면, 노력하면 된다고 답한다. 그게 정치인의 역할이라는 얘기다. 국민에게 영향을 주는 모든 문제는 미디어에 나타난다. 신문을 1면부터 끝면부터 살펴보는 이유다. 신문을 읽다보면 국회의원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숙제'가 생긴다.

박 의원은 보좌진의 활약을 '자랑'했다. 그는 "우리 팀은 최고"라며 "보좌진들 각각의 주특기와 관심분야가 조금씩 다른데 확실한 시너지가 나는 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팀은 1등인데 내가 전달을 잘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치른 국정감사 당시를 회상했다. 박 의원은 "팀이 준비한 것보다 더 잘해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무겁고 중요한 주제를 충분히 말로 전달할 시간이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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