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 시험 시즌이 돌아왔다.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수험생·학부모들은 학생부 전형에서 정시까지 수백 가지에 달하는 대입 전형을 살핀다.
하지만 대학 입시 평가의 공정성에 관한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영향을 미친 '정유라 부정입학'은 입시 신뢰도를 추락시킨 대표적 사건이다. 최근 일어난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태는 고교 내신평가에 대한 믿음까지 흔들었다.
국회는 이미 대입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여러 법안들을 내놨다. 그러나 20대 국회 들어 발의된 입시 부정 방지법들 대부분이 아직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가족 심사 막는 입학사정관 상피제법=숙명여고 사태를 계기로 교사와 그 교사의 자녀를 같은 학교에 배정하지 않는 '고교 상피제' 도입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엔 대입 과정에서 학생부 기록을 평가하는 입학사정관이 자신의 가족 심사를 못 하도록 하는 '입학사정관 상피제'를 규정한 법안이 올라와 있다.
입학사정관은 대입의 결정적 역할을 하는 '학생부 종합전형'의 핵심이다. 이들은 △내신성적 △수상실적 △자격증 △체험활동 △추천서 △자기소개서 △면접 등을 통해 학생을 종합 평가한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각각 입학사정관의 가족 제척 의무를 규정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지난해 9월 발의했다.
'박경미 안'은 입학사정관 본인 또는 배우자와 응시생이 친족 관계에 있는 경우 해당 입학사정관을 입시 업무에서 배제토록 했다. '전재수 안'은 학생선발 업무를 하는 교원 또는 직원이 응시생과 특수관계에 있는 경우 대학의 장에게 알리도록 의무화했다. 두 법안은 현재 소관 상임위인 교육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대입 증명서류 위조 방지법=장애인등록증을 위조해 장애인특별전형으로 대학에 부정입학한 사례가 지난해 12월 줄줄이 적발됐다. 돈을 받고 전문적으로 증명서를 위조해주는 입시 브로커가 개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적발된 부정 입학생 5명 중 4명은 입학취소 처분을 받았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부정입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3~2018년) 간 부정입시 적발 대학은 33곳에 달했다. 이 중 25곳에서 서류 위조 제출 비중이 75%를 차지했다. 현행법에서 대학은 응시생이 제출한 증빙서류의 진위를 확인할 의무가 규정돼 있지 않다.
이에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월 대학의 장에게 특별전형 지원자 모집 시 제출 서류를 검증토록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제출서류의 진위 여부 확인을 위해 정보 조회를 신청하면 요청받은 관계부처장은 이를 거부할 수 없다. 교육부에도 감시 의무를 부과했다. 교육부 장관은 특별전형에 관한 실태조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제2의 정유라 방지법=2016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는 이화여대 입시 비리의 주인공이었다. 당시 정씨는 서류평가에서 하위권이었지만 면접평가에서 최고점을 받아 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해 7월 대학 신입생 선발과정에 부정 개입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교수가 학생의 출결을 부정하게 조작하거나 부당하게 특혜를 제공해도 마땅한 벌칙조항이 없다. 대신 형법상 문서위조 및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 정씨의 부정입학을 도운 이대 교수 8명도 업무방해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면접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법안도 마련됐다. 박광온 민주당 의원은 대입 면접 과정을 속기하거나 녹음토록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학은 대입 서류 보존기간인 10년 동안 면접의 모든 과정을 녹음해 해당 기록을 보관해야 한다.'정유라 사태' 때 이대 면접고사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말들이 오갔는지 확인할 수 없어 경찰이 수사에 난항을 겪은 데서 나온 보완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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