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조 예산 '파열음' 곳곳…손 놓아버린 국회 심사

[the300]심사기한 열흘 앞두고 소위구성 '미정'…올해도 '졸속 심사' 피하기 어려울 듯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2019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사진=국회사진취재단

국회 예산심사에 빨간불이 켜졌다. 기한(11월30일)은 다가오지만 심사가 멈췄다. 6일간의 정책질의에서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거취에만 열을 올리더니 소위원회 심사는 시작도 못 했다. 소위 구성을 앞둔 여야 대립이 장기화하고 있다.

교착 상태인 소위 구성은 빨라도 오는 19일 완료된다. 이날을 기준으로 해도 남은 심사 기일은 주말을 포함, 열흘 뿐이다. 야권이 장담했던 '현미경 심사'는 물론, 각 상임위원회 예비심사 과정에서 터져나온 예산 관련 이슈들이 제대로 다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올해도 졸속 심사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국회 각 상임위원회는 이번달 초순부터 예산결산·기금심사 소위원회를 열어 각 상임위별 예산안 예비심사를 진행했다. 특히 야권이 상임위 심사에서부터 삭감 또는 보류 작전을 펼치면서 곳곳에서 치열한 국지전이 벌어졌다.

대표적으로 노동분야 예산이다.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환경부와 기상청 등 환경분야 예산에 대해서는 별 이견이 없었지만, 단기일자리 등 노동관련 예산에 대한 이견이 커 전체회의까지 연기하는 등 여야가 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당초 예산 심사 돌입 전부터 자유한국당은 청년추가고용장려금과 청년재직자내일채움공제 등 일자리 예산에서만 8조원을 삭감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바른미래당 역시 저성과 일자리 예산 1조7775억원 등 2조3000억원에 달하는 일자리 예산 삭감을 요구했다.

남북협력기금 1조977억원 등 남북교류 촉진 예산도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야권의 삭감 리스트에 올랐다. 여당은 모처럼 마련된 남북평화 분위기에서 남북 경제협력 확대 등 실질적 진전을 이루려면 관련 예산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세부 내역 공개와, 대북제재 완화 없이는 증액이 어렵다"며 맞서고 있다. 

181억원 규모의 청와대의 특별활동비 역시 접점 찾기가 어렵다.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한국당은 절반 삭감을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역시 "기득권 내려놓기"를 주장하며 대폭 삭감을 요구한다. 청와대는 정권 인수시절 선제적으로 감액했던 만큼 더 줄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회간접자본(SOC)을 제외하고는 전 영역에서 증액이 이뤄진 '슈퍼 예산'이다보니 곳곳에서 파열음이 난다.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의 예산이 3억원 삭감됐다. 새 위원장이 임명되는 등 활동을 재개하지만, 그간의 운영실적과 필요성 등이 지적받았다.

기재위에서는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개편을 위해 증액된 130여억원도 발목이 잡혔다. 야권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조사에 대한 폐지 결정을 갑작스레 뒤바꾼데다, 현행 조사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다. 네 차례에 걸친 회의에도 답을 내리지 못해 아직 통계청 예산만 소위에서 논의 중이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와 특별위원회에 배정된 109여억원의 예산을 두고 공방이 이어진다.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등 특위가 사실상 행정기관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 야권의 지적이다. 야권은 21억8000만원 삭감을, 민주당은 16억3000만원 삭감을 요구한다.

이같이 치열한 상임위 예비심사를 거친 예산이라도 예결위에 오르면 상황이 또 달라진다. 최종 결정은 예결위가 내린다. 상임위 의견을 반영하지만, 예결위원들의 치열한 토론 끝에 결과가 뒤집히기도 한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정부예산 원안 그대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탄생한 '예산안 자동부의제도' 때문에 여야가 예산안 심사에 합의하지 못하면 정부예산 원안이 12월1일에 자동으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물론 합의 없이 예산안을 처리한 전례가 없는 만큼 가능성은 낮다.

결국 단기간에 예산을 심사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이상의 졸속 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소위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여당 예결위 의원은 "소위 구성을 둔 간사간 합의는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안다"며 "원내지도부가 적극 해결에 나서 정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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