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바퀴 중 2개 갈아 끼웠다" '원팀' 2기 당·정·청

# 국회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국감)가 끝난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여의도에서 '한국경제 위기 진단'을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정치와 경제 주체들이 경제정책을 둘러싼 프레임 논쟁을 할 때가 아니다"며 "일부 사람들이 자기만의 안경을 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부총리의 강한 어조를 전해 들은 여권 일부에선 "김 부총리가 더이상 자리에 연연해하지 않고 있고, 청와대에서도 곧 결단을 할 것"이란 얘기가 돌았다. 실제 이튿날인 11월1일 문재인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 이후 시작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선 김 부총리의 인사설이 구체적으로 돌았다. 청와대 인선 작업도 어느정도 마무리 됐다고 알려졌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이미 수개월전부터 김 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 경제팀 교체설은 나왔지만, 이번엔 후임 인선 까지 상당히 구체적인 얘기가 나왔다"며 "올해 말 예산안 통과 이후 교체가 유력했는데, 청와대에선 더이상 김 부총리의 정책 마인드로는 함께 할 수 없다는 결단을 한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지난 9일 결국 문 대통령이 경제팀을 바꿨다. 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 모두 교체했다. 정책을 꾸려가는 당·정·청 가운데 두 축이 새롭게 바뀐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남은 한 축,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의 고위 관계자는 "경제를 이끄는 당·정·청이란 세개의 바퀴 중 크기나 모양이 같지 않은 두개를 똑같은 것으로 갈아 끼웠다"며 "덜컹거림은 없어지고, 한 방향으로 직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11일 민주당과 당 정책위원회, 여당 기획재정위원회 등은 이번 인사로 문 정부 핵심 국정과제인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경제 정책들에 힘이 실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1년 가량 엇박자를 냈던 두 축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호흡을 맞춰온 인사들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그간 투 톱 논란 등으로 경제정책 추진이 힘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오랜 경제부처 관료 경험에, 실무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평가받는 홍남기 후보자를 중심으로 기재부가 진짜 '원톱'이 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김 부총리-장 실장' 체제에서는 끊임없이 '주도권' 논란이 제기됐다. 그때마다 당정청은 "경제 담당자는 기재부장관"이라는 메시지를 냈지만, 엇박자 탓에 '투 톱' 논란이 가시지 않았다.

한 여당 관계자는 "청와대가 항상 원톱은 김 부총리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를 중심에 세워주지 못했다"면서 "정책 실행자가 중심에 서지 못하니 항상 시장에 불안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가 큰 그림을 그리면 정부가 중심을 잡고, 당과 함께 논의하며 실무를 해 가는 모양이 갖춰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정우 민주당 의원은 "이미 정부 정책의 전반적인 방향이 확립됐기 때문에 김 실장은 장 실장과 달리 업무 시간의 대부분을 국회나 기업을 찾아다니면서 의견을 듣고, 설득하고 설명하는 일을 할 것"이라며 "기존에 사회수석을 하면서 했던 것과 유사한 역할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당 입장에서도 부담을 덜었다. 그간 당·정·청의 걸림돌과 같았던 '투톱 논란'이 사라졌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이제야 당정청에 확실한 역할이 분배되는 구조로 개편된 것"이라며 "아무래도 정책 추진에 더 탄력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도 있다. 지금과 같은 저성장과 고용절벽 등 어려운 국면에선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정책 메시지가 중요한데, 이를 벗어날 수 있는 정책적 역량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홍남기 후보자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국무조정실장으로 일했고,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역시 사회수석으로 기존 정책 설계에 깊게 관여한 탓이다.

문 정부 출범 이후 이들도 정책 결정에 깊이 관여했는데, 위기를 벗어날 새로운 정책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 오

히려 바닥으로 치닫는 각종 경제지표에 이들의 책임도 일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제팀을 새롭게 구성했지만, 판을 바꾸지 않는 데 대한 비판도 있는 게 사실이다"며 "문 정부 출범부터 있었던 인사들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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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바퀴 중 2개 갈아 끼웠다" '원팀' 2기 당·정·청

[the300]여권 "정책 호흡은 최상, 정책기조 유연성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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