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금이 모자라" 엄살…'세수는 억울하다'

[the300][런치리포트-세수추계 두얼굴]①올해까지 4년 연속 초과세수, 왜?

나라 살림을 맡은 기획재정부는 매년 '가계부(예산안)'를 짠다. 수년 전부터는 '수입(세수)'을 좀 적게 잡고 있다. 다음 해에 예상보다 세금이 더 많이 걷히면 기재부는 '엄살'을 부렸다는 비판을 받는다. 올해 역시 추계 대비 초과세수가 예상된다. 약 22조원에 달하는 규모로 정부의 부정확한 세수추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넘치는 곳간=세수추계는 사전적인 성격이 강하다. 향후 등장할 여러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일단 오류를 최소한으로 할 예측치를 적용해 계산한다. 실제 변수가 나왔을 때 생기는 어느 정도의 오류는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부의 세수추계와 실적 간 오차가 해마다 커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국세수입 결산 현황에 따르면 2015년엔 본예산 대비 세입결손이 발생했다. 결국 세입예산을 '감액 경정' 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추경 예산 대비 초과세수가 2조원 넘게 발생했다.  

초과세수 기조는 올해까지 4년 연속 이어졌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약 299조원의 국세수입을 추계했지만 내년에도 초과세수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직접 세수추계를 작성한 기획재정부는 내년 국세수입 예산안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의 경우 상반기 부동산·주식시장 과열로 인한 일시적 자산시장 호조 등 우발요인이 포함돼 오차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기변동을 완벽하고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세법도 달라진다"며 "여러 사후적인 변수들이 유기적으로 작용해 최종적으로 걷히는 세금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넘치는 걱정=사실 곳간이 넘쳐도 걱정이다. 정부는 최근 정치권 등으로부터 지나치게 보수적인 세수추계를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 왔다. 가뜩이나 경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정부가 엄살을 부리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도 부담이다. 

정부의 '과소 추계' 배경에 정치공학적인 계산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수결손을 겪은 2013~2014년 당시 정부는 '증세 없는 성장' 정책을 펼쳤다. 기재부가 향후 세수가 더 걷힐 것으로 예상해 당시 정권에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다.

반면 문재인정부의 조세정책은 증세 기조다. 따라서 세수가 적어야 세금을 걷는 명분이 생긴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수추계를 낮게 하면 증세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입장에선 세금을 더 걷는 것이 세수가 부족한 것보다는 나은 게 사실이다. 복지예산 등으로 재정지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여윳돈'이 생기는 셈이다. 나라살림을 책임지는 기재부로선 엄살을 부린다는 비판을 받더라도 충분히 감내할 만한 전략이다. 다음 달 수입이 적게 예상될 경우 이번 달 지출을 줄이는 '살림꾼'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2013년과 2014년 과다추계로 인한 세수결손 사태로 2년 연속 10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봤다. 당연히 정부 예산운용에 차질이 빚어졌다. 결국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추경예산을 끌어와야 했다. 

◇세수추계 방식 적절한가?=정부의 세수추계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공감을 얻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국세수입 추계 방식이 적절한지 논의하기 시작했다. 예결위 관계자는 "최근의 수납실적을 고려할 때 정부가 제출한 세입예산안이 과소계상돼 있다"며 "국세수입 예산안을 보다 확대 편성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견해도 있다"고 했다.

국회는 세수추계 오류 방지를 위해 △경제지표 전망 현실성 제고 △세수추계 관련 기관들과의 의견교류 활성화 △현행 세수추계방식 자체평가 실시 △세수추계 오류 발생원인 정밀분석 및 개선방안 적극 모색 등을 최근 정부에 주문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낙관적인 국세수입 전망은 세수결손을 초래해 국가재정의 건전성 악화, 재정지출의 자율성 제약 등 여러 문제점을 유발할 수 있고, 보수적인 국세수입 전망도 재정운용의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등의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형수 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세수추계는 보수적으로 해야한다는 게 전세계적인 추세"라며 "세수가 예상보다 더 들어왔을 때 리스크가 반대의 경우보다 적은 '비대칭적 리스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정치공학적인 세수추계는 옳지 않다"며 "세목별로, 세원별로 경제 흐름을 살펴 '큰 그림'을 그려 세수를 예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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