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거친 폴리테이너들, 유명세만큼 정치도?

[the300][런치리포트-정치도 영화처럼…]①배우 출신 국회의원만 역대 14명, 장관도 2명


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국민배우’, ‘원조오빠’, 그리고 ‘16대 국회의원’.

지난 4일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고(故) 신성일이 남긴 발자국들이다. 고인처럼 대중문화 활동으로 얻은 인지도를 등에 업고 금배지를 가슴에 단 배우 ‘폴리테이너(연예인 출신 정치인)’는 적잖다. 

‘3선 의원’ 홍성우, 재선 김을동, 이순재, 최불암, 강부자까지. 이들은 국민들에게 ‘이름만 들어도 얼굴이 떠오르는 친숙한 의원’으로 여겨졌다.

◇20세기 여의도 누빈 ‘레전드’ 폴리테이너 = 홍성우는 1978년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국내 첫 배우 출신 국회의원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무소속으로 서울 도봉에 출마해 배지를 달았다. 드라마로 얻은 이미지가 정계 입문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다.

그는 1970년대 TBC드라마 ‘세자매’와 ‘데릴사위’에 출연했다. 극중 불의에 맞서는 청년 역할을 맡았던 그는 국회에 무난히 입성했다. 

의정 활동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11~12대 선거에서도 연거푸 승리해 ‘3선 의원’ 타이틀까지 얻었다. 각각 공화당, 민정당 소속이었다. 그는 2014년 한 방송에 출연해 “연예계 진출은 정계 진출을 위한 포석이었다”며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탤런트로 데뷔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20년 전 별세한 고(故) 이낙훈은 연기자협회 회장 시절 비례대표 자격으로 11대 국회(1981년 총선)에 입성했다. 당시 ‘딴따라’로 치부되던 연예인 직능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나온 것이다.

액션배우 출신으로 11~13대 3선 의원을 지낸 고(故) 이대엽은 2002년 민선3기 성남시장에도 당선됐다. 재선까지 성공했다. 의정 활동 당시 국회의원연맹 한국 대표와 국회 교통·체신위원장을 맡는 등 정치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13대 총선에서도 배우 출신 의원이 배출됐다. 고(故) 최무룡은 고향인 경기 파주에 출마해 승리했다. 그는 배우 최민수의 아버지다.

1988년 치러진 14대 총선에선 연예인 출신 국회의원이 4명 나왔다. 바야흐로 폴리테이너 열풍이 불었다. ‘순풍산부인과’, ‘꽃보다 할배’ 등 작품에 출연했고 최근까지도 왕성하게 활동중인 배우 이순재(83)도 이 때 민주자유당 소속으로 정계입문했다. 그는 당 부대변인으로 활약했다.

코미디언 출신 고(故) 이주일은 민자당 소속으로 경기 구리에 출마해 금배지를 달았다. 그는 국회의원 세비 2000만원 전액을 황영조 선수에게 지원했다. 국회를 떠나면서는 “코미디 공부 많이 하고 국회를 떠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강부자와 최불암도 통일국민당 소속 전국구 비례대표로 14대 국회에 입성했다. 

15대 국회에선 신영균과 정한용이 금배지를 달았다. 신영균은 1996년 신한국당 소속 전국구 의원이 됐다. 16대 총선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현재까지도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정한용은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으로 서울 구로을에서 당선됐다.
4일 오전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폐암으로 별세한 배우 신성일(81) 씨의 빈소가 마련돼있다.<사진공동취재단>

◇‘21세기 정치인’…신성일부터 ‘삼둥이 할머니’까지=신성일은 의정활동을 하면서 ‘강신성일’이란 이름을 썼다. 금배지를 단 건 2000년 16대 총선에서다. 고향인 대구 동구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삼수’ 끝에 이뤄낸 성과다. 

1981년 제11대 총선 때 처음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그 당시엔 본명 ‘강신영’을 달고 서울 마포·용산에서 한국국민당 후보로 출마했다. 하지만 봉두완 전 민정당 의원에게 밀렸다. 1996년 15대 총선엔 신한국당 소속으로 대구 동구 갑에 출마했지만 역시 패했다.

배우 송일국의 어머니로, ‘삼둥이 할머니’로 유명한 배우 김을동은 18대 총선 때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해 재선까지 성공했다. 첫 정치에 입문한건 1995년 서울 시의회 의원으로다. 

배우 최종원도 ‘재수’를 치르고 민주당 소속으로 18대 국회의원이 됐다. 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 지역구 선거에서 승리했다. 앞선 17대 총선에선 고배를 마셨다.

20대 국회 땐 서울 관악을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이 폴리테이너 명맥을 이어갔다. 연극배우 출신인 오 의원은 폴리테이너 출신 유일한 현역 국회의원이다.

◇선거 분위기메이커에서 장관까지, 배지없어도 정치인=연예인들이 가장 적극적인 정치활동에 나서는 때는 대선 선거운동 기간이다. 배우 문성근은 명계남과 함께 2002년 ‘노사모(노무현을사랑하는모임)’를 이끌었다. 2003년에는 대북특사로 방북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다양한 정치활동을 이어가던 그는 2012년 1월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됐다. 국회의원은 아니지만, 당시 제1야당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오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선 유인촌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대통령선거후보 문화예술정책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올라 3년 동안 임무를 수행했다.

배우 손숙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신임을 얻어 1999년 환경부 장관에 임명됐다. 하지만 임기는 33일에 불과했다. 러시아 공연 2만달러 격려금 수수 파문이 일면서다. 

폴리테이너는 정치인이 되기 전부터 이미 ‘공인’ 신분이다.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는 일도 다른 정치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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