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을 떠도는 라쿤들, 생태계 교란·전염병 위험

[the300][2018 국감리뷰][국감장을 달군 동물들]②야생동물 카페에서 유기 또는 탈출…'라쿤카페 금지법' 발의

편집자주  |  올해 국정감사장을 뜨겁게 달군 건 사람만이 아니었다. 뱅갈고양이를 비롯한 동물들도 있었다. 말을 할 수 없는 동물들이지만, 이 동물들도 국감장에서 할 말이 있지 않았을까. 머니투데이 더300이 올해 국감장에서 주목 받았던 '동물 이야기'를 정리했다.

만화 '보노보노'의 등장 캐릭터인 보노보노와 너부리
"너부리야, 너부리야~나 때릴꺼야?"


90년대 생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추억의 만화 '보노보노'에 나오는 대사다. 심술궂지만 귀여운 캐릭터 '너부리'가 다른 캐릭터에게 자주 듣는 말로, 읽자마자 음성지원 된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보노보노와 티격태격 싸우는 이 너부리가 바로 북미너구리 라쿤이다.


라쿤의 고향은 북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로, 한국에 있는 라쿤들은 전시 등의 목적으로 수입된 개체다. 최근 야생동물 카페가 인기를 끌면서 도시에서도 쉽게 라쿤을 보고 만질 수 있다. 동물체험권을 구입하거나 체험권이 포함된 음료를 구입하면 카페에 입장해 동물들을 보는 식이다.


그런데 야생동물인 라쿤을 음식점에서 길러도 괜찮은 걸까? 얼마 전 국정감사에 등장한 라쿤 질의를 통해 알아보자.


◇전염병 관리 의무 없어="라쿤과 사람이 어울리는 라쿤카페는 위험하다"


지난 달 30일 환경부 국감에서 나온 말이다. 질의를 한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라쿤과 같은 야생동물을 동물원이 아닌 음식점에 전시하면 전염병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라쿤카페는 일반음식점이나 휴게음식점으로 영업신고를 하면 운영할 수 있다. 라쿤은 본래 야생동물임에도 불구하고, 야생동물법 상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지정되지 않아 사육과 폐사에 대한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동물원도, 전문 시설도 아닌 음식점에서 야생동물을 수입해 전시하면서 질병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라쿤카페는 현행 동물원법에서 규정하는 ‘10종이나 50개체 이상 동물을 전시하는 시설’에 해당하지 않아 동물원이 아니다. 따라서 전염병 관리 대상에서 빠져 있어 예방 접종을 받지 않아도 된다.


이 의원은 "라쿤은 광견병의 주요 숙주이며 너구리회충의 매개체"라며 "너구리회충 때문에 미국에선 2012년 6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진=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생태계 교란 위험도=최근 서울 시내 한복판에 라쿤이 돌아다니는 장면이 포착됐다. 마포구 서교동의 한 음식점 테라스에서 라쿤이 배회하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된 것이다. 음식점에 따르면, 해당 라쿤은 10월 초부터 수차례 테라스에 나타나 창고에서 과자봉지를 뜯어 먹기도 했다. 서교동 일대는 라쿤카페가 밀집된 지역이다. 이 라쿤은 라쿤카페에서 탈출했거나 유기됐을 가능성이 높다.


유기된 라쿤이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 충남에서, 지난 9월과 11월 제주에서 유기된 라쿤이 구조됐다. 충남에서 구조한 라쿤은 서울대공원으로 이첩되었지만 제주에서 발견된 라쿤은 두 마리 모두 안락사 당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어웨어(Aware)' 대표는 "라쿤은 번식력이 높아 야생으로 퍼져 나가면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유럽연합(EU)은 생태계 교란 종으로 지정하고 있고, 벨기에와 네덜란드, 미국 일부 주에서는 개인 소유를 금지하기도 한다는 것. 일본에서도 라쿤은 침입외래생물법에 의해 특정외래생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사진=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법의 사각지대 놓인 야생동물 카페=이처럼 고향을 떠나온 라쿤들이 한국 도심을 배회하는 것은 라쿤카페가 법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다. 음식점에서 야생동물을 기르는 행위를 규제·감독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난 5월 이 의원은 카페, 음식점 등 동물원으로 등록되지 않은 시설에서 야생동물을 전시하는 것을 금지하는 일명 ‘라쿤카페 금지법(「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이 통과되면 라쿤·미어캣 등 야생동물을 카페에서 전시하는 것이 규제될 전망이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도 야생동물의 무분별한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현재 일반 반려동물 이외에 야생동물의 경우 판매에 제약이 없다. 무책임한 야생동물 거래 및 판매는 동물복지 차원뿐만 아니라, 질병 감염 등 인수공통전염병의 우려도 크다.


국회 관계자는 "최근 대전의 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가 사살된 사건은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며 "야생동물의 본능을 무시하고 동물원에 가둬 전시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동물원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 청원이 올라오고 있는데 라쿤도 고향을 떠나 한국에 강제이주된 실향민인 셈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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