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막바지로 향하며 여기저기서 '체력 고갈'이 관측됐다. 질문을 던지는 이들도, 질문에 답하는 이들도 '맥 빠진'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 흔한 고성 한 번 없이 하루가 흘렀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5일 국회에서 기획재정부, 통계청, 국세청, 관세청, 조달청을 상대로 종합감사에 나섰다. 보름 넘게 달려온 기재위 국감도 하루치 일정만을 남겼다.

이날 대부분의 이슈는 지난 24일 정부가 발표한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에 쏠렸다. 질문 역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집중됐다.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첫 질의부터 5만9000명 규모의 맞춤형 일자리 창출 계획을 도마에 올렸다. 그는 '가죽 신발 신고 발 긁는 격', '언 발에 오줌 누는 격' 이라며 혹평했다.

그는 "국립대 강의실 불을 끄는 도우미, 전통시장 화재감시 요원 등 궁여지책이라고 해도 창피하고 답답하다"며 "고용 악화 원인은 최저임금 급격 인상,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무리한 정규직화 등인데 원인에 대한 대책을 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도 질타했다.

속사포 '랩'을 하듯 쏟아낸 권 의원의 지적에 김 부총리는 "맞춤형 일자리는 공개 보고서 20쪽 가운데 1쪽 반에 해당하는 내용"이라면서도 "부족한 부분은 우리의 현실이고 실력"이라고 자조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엄용수 한국당 의원, 나경원 한국당 의원 등 야권 의원들이 차례로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대부분이 차분한 목소리로 조목조목 지적했다. 고성 한 번 터지지 않으며 막바지 국감을 실감케 했다.

야당 스스로 '국감 실패'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야당이 아무리 비판해도, 청와대와 정부가 요지부동이라는 지적이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번 국감은 진짜 실패했다고 본다"며 "야당 입장에서는 경제정책 전환해라, 소득주도성장 버리고 혁신에 매진하라고 주문해도 청와대가 듣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야권의 일자리대책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김 부총리는 차분하게 답변했지만, 내용은 밝지 않았다. 그는 "올해 2.9%의 성장률 전망을 달성하기 쉬운 상황이 아니"라며 "두 달 뒤에 내년도 경제전망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는 여권은 김 부총리와 소득주도성장 지키기에 나섰다. 간사인 김정우 민주당 의원은 질의시간 대부분을 할애해 김 부총리에게 이번 일자리대책에 대해 설명하는 기회를 줬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지원하는 민간투자 프로젝트의 2단계 추진시 4조원이 넘는 민간 투자 유도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심기준 민주당 의원 역시 김 부총리와 차분히 질의를 주고받으며 정책 방향 등을 확인했다. 홀몸 노인 전수조사, 희망근로사업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문제 등에 관련한 정책 추진 의지 등도 확인했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은 근로장려세제(EITC)와 관련한 정책질의를 이어갔다. 이미 여당의 강력한 요구로 내년부터 지급대상과 지급규모가 각각 2배, 3배 늘어날 전망이다.

유 의원은 추가 확대에 대한 질의를 던졌고, 김 부총리는 "실제 집행 여부를 보고 검토할 문제"라고 답했다. EITC 확대에 대해서는 "근로의욕을 고취한다는 좋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김 부총리도 동의했다.

질의와 답변이 일자리 대책을 맴도는 사이 송곳 질의들이 나오기도 했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토지가 이건희 회장을 거쳐 이재용 부회장에게 편법 증여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승희 국세청장을 상대로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과세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강 의원은 "삼성의 '세금없는 부의 대물림'이 그대로 재현됐지만 국세청이 과세와 고발하지 않았다"며 "불법, 편법 상속에 대해서는 엄정한 기준으로 끝까지 추적해 과세하고 불법행위는 검찰에 고발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청장은 이에 "과거 국세청의 업무처리에 적법·적정 논란이 되는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국세청의 입장은 분명하고 단호하다. 문제는 시정하고 추가 조치할 것은 법률에 따라 엄중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이슈'들도 있었다. 윤후덕 민주당 의원은 한 국세청장에게 부동산 투자정보를 소개한 뒤 1000만원이 넘는 수강료를 챙기는 이른바 '부동산 스타강사'에 대한 세무조사 여부를 질의했다.

이에 한 청장은 "세무조사할 것은 하겠다"며 "부동산 전문강사에 대해 현장조사를 철저히 해서 정밀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인 활용법'의 정석을 보여준 의원도 있었다.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은 GS건설과 관련한 국세청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관련 증인들을 순서대로 소환해 한 편의 연극처럼 의혹을 제기해나갔다.

이날 대부분의 질의를 소화한 김 부총리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차분한 태도로 질의를 소화했다. 특히 전날 발표한 일자리대책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며 이를 설명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한 국세청장은 지난 단독 감사에 비해 더욱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특정 납세자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고 회피했던 지난 감사와 달리, 이날은 대부분의 이슈에 대해 "엄중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