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식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사장이 24일 대전 코레일 본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SR(수서역발 고속철도 사업자)와의 통합을 호소했다. 철도운영 양대기관인 코레일과 SR가 통합해야 운영 효율성이 높아지고 국민편익과 철도공공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같이 국감장에 나온 SR 사장은 통합에 반대하는 입장을 드러내 양 기관의 통합이 논의되는 동안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코레일과 SR 통합은 이날 국감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SR는 이명박정부 당시 철도 민영화와 경쟁체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설립된 회사다. 당초 정부는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고속철도를 운영할 민간 철도회사를 설립해 코레일과 경쟁을 붙인다는 계획이었지만 철도 민영화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철도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사학연금 등 공적자본을 투입한 SR가 설립됐다.

철도 경쟁체제는 지난해 5월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재평가를 받게 됐다. 철도공공성 차원에서 경쟁체제의 실효성이 적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날 이후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서역 이용자의 80%가 서울 강남권 거주자인데 사실상 철도경쟁이 안되는 상황"이라며 "SRT가 KTX보다 요금이 10% 싼 것도 경쟁의 결과가 아니라 전 정부가 정책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사장은 이 의원의 주장을 거들면서 "철도는 규모의 경제라 통합해서 운영하는 것이 더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통합하면 고속철도 좌석이 연 3만석 더 늘어나고 요금은 지금보다 10% 저렴해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SRT가 운행을 시작한 2016년12월 이후 KTX 시설 개선이나 마일리지 확대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데 과거와 같은 독점체제로 회귀한다면 국민편익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논리다.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SRT가 운행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통합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국민적 편익 차원에서 판단해야 하다"고 강조했다.

국감장에 출석한 권태명 SR 사장도 통합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권 사장은 통합에 관한 입장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산술적인 수치보다는 철도산업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문제"라며 사실상 통합에 반대했다. SR는 올 1월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이번에 처음 국정감사를 받았다.

국토부는 현재 코레일과 SR의 통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용역과 의견수렴 등을 거쳐 통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남북철도연결 질의도 이어졌다. 오 사장은 지난달 18~20일 평양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의 수행단으로 참여했고 이용남 북한 내각부총리 등 북측 주요 인사와 만나 남북철도연결을 논의했다. 하지만 이날 야당 의원들은 비핵화와 대북제재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철도연결을 하는 것은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여당 의원들은 제재가 풀릴 것을 대비해 미리 준비하는 것은 문제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오 사장은 "대북제재에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현장점검 등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 사장의 차기 총선출마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오 사장은 제16·17·19대 국회의원 출신이다. 김상훈 의원은 SR 통합 문제를 지적하면서 "2020년 총선에 출마할거냐" 물었고 같은 당 박덕흠 의원도 "정치를 계속 하실거냐"고 질의했다. 오 사장은 "지금 답하긴 적절치 않은 것 같다. 현재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이를 차기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