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대북제재 완화' 운띄우며 'UN 안보리 외교' 시작

문재인 대통령의 2박3일 간 프랑스 국빈방문은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다. 당초 프랑스에서의 목표였던 유엔(UN) 대북제재 완화 국면에 대비하기 위한 안보리 외교의 운을 띄우는 데 성공했지만, 프랑스 측이 북핵과 관련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같은 원칙론을 고수한 것은 향후 숙제로 남았다.

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진행된 한불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적어도 북한의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판단이 선다면 유엔 제재의 완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촉진해야 한다"며 "마크롱 대통령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이같은 역할을 해 달라"고 말했다.

회담 직후 문답에서는 "UN 안보리의 제재 결의는 대단히 중요하다. 한국도 그 틀을 지키면서 남북 관계의 개선을 위해서 노력을 할 것"이라면서도 "한편으로 북한이 핵을 내려놓으면 내려놓을수록 핵에 의존하지 않고도 북한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라는 신뢰를 줄 필요가 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올바른 선택이라는 믿음을 국제사회가 줘 가면서 북한이 빠르게 비핵화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줄 경우 핵과 미사일 생산시설의 폐기뿐만 아니라 현재 보유중인 핵무기와 핵물질 모두를 폐기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선 비핵화-후 제재 해제 도식이 아니라 비핵화를 더욱 촉진하기 위해서라도 UN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의 반응에는 온도차가 있었다. 그는 "비핵화와 미사일 계획을 폐지하기 위한 프로세스에 실질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는 의지를 보여줄 때까지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제재를 계속해야 할 것"이라며 "CVID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비핵화는 이 원칙에 맞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프랑스 방문을 앞두고 가장 힘을 줬던 것이 유엔 안보리 외교였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와 대북제재 완화의 타이밍과 속도 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후 북측에 '비핵화에 상응하는 조치'를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도였다. 북미 협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기브 앤드 테이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겠다는 취지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과 회담 전에 프랑스의 보수 매체 '르 피가로'와 인터뷰를 갖고 "북한은 자신이 약속한 비핵화 조치를 성실히 계속 이행해 나가야 할 것이며, 미국은 북한의 안전보장과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신뢰할 만한 상응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인도적 지원, 사회･문화적 교류 등도 (협상 테이블에) 상정가능하며, 향후 북측 비핵화 진전에 따라 북미 연락사무소 개소 및 대북제재 완화 등도 협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마크롱 대통령은 이같은 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았다. CVID라는 원칙론 속에 '정답' 만을 얘기했기 때문이다. 윤 수석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 입장에서는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쓰여진 문구를 그대로 인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EU(유럽연합) 회원국으로서 EU 공동외교안보정책을 따른 것"이라 설명했다.

청와대는 '첫 술에 배부르랴'라는 반응이다. 일단 프랑스를 상대로 운을 띄워 놓은 만큼 추후 국제사회에서 대북제재 완화를 공론화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도 지금 당장 대북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다. 북미 간 종전선언이 나오거나, 평화무드가 더 발전할 경우 본격적으로 제재 완화 화두를 던질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이같은 절반의 성과를 안고 유럽에서 유엔 안보리 외교를 지속 추진한다. 문 대통령은 오는 1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진행되는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을 계기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영국의 테레사 메이 총리와 회담을 한다. 오는 18일에는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나 교황의 방북 문제를 논하는 등 평화무드 조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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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대북제재 완화' 운띄우며 'UN 안보리 외교' 시작

[the300]'절반의 성공' 종전선언 등 대비 분위기 조성 시작에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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