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뜻밖의 '폭로', 국민의 알 권리는 충족될수 있을까

[the300]

'예산정보 무단 열람 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동료의원들과 함께 문희상 국회의장을 항의 방문 한 뒤 의장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국정감사를 위해 의원실에서 기획재정부로부터 인가를 받고 재정정보분석시스템(디브레인)에 정상적인 방식으로 접속했다." 지난달 17일, 정부로부터 행정정보 무단 유출 혐의로 보좌진이 고발당했다는 소식을 접한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같이 항변했다.

심 의원이 청와대의 재정 집행 내역을 '폭로'한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정감사를 위해' 시작된 폭로가 오히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할 정상적인 국정감사를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좁혀진다. 우선 심 의원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정부 재정정보를 획득했는지 여부다. 또 심 의원 주장처럼 청와대의 예산집행이 부당했는지, 청와대의 대응이 야당 탄압인지에 대한 논란도 쟁점이다.

첫번째 논쟁은 정부와 심 의원 측이 상호 고발을 하면서 사법부로 공이 넘어갔다. 심 의원의 행위가 국가 기밀 정보를 유출한 것인지 아니면 정당한 정부 감시행위였는지는 법원이 시비를 가릴 예정이다.

두번째 논쟁은 청와대 측 주장이 힘을 얻는 듯하다. 심 의원이 청와대 업무추진비 결제 내역과 청와대 비서관·행정관들의 회의 참석 수당을 공개하자 청와대는 '짠돌이' 이정도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을 내세워 반박했다. 

여론은 '생각보다 검소하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업무시간 이후인 오후 11시에 결제가 이뤄진 점은 차치하고라도 업무추진비가 '보통의' 직장인들 회식 장소인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와 호프집, 맥주집 등에서 결제된 점이 오히려 눈길을 끌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모나코 국왕 전담 경호팀이 1인당 5500원 수준의 목욕비를 썼다는 해명이 나오자 인터넷에서는 '목욕탕에서는 목욕만 해. 바나나 우유는 낭비야'라는 글자가 덮인 이 비서관 사진이 유행처럼 퍼졌다.

문제는 '야당 탄압'에 대한 논쟁이 격화되면서 자칫 국정감사가 파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심 의원과 한국당은 검찰 수사 자체를 정치적 탄압으로 규정하며 여당과 대치하고 있다. 국회가 경색되자 국감을 열흘 남기고 아직 계획서 채택도 못한 상임위가 태반이다. 심 의원이 속한 기재위는 1일 전체회의 개의 여부만 논의하다 파행됐다. 다른 상임위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여당 의원은 "이번 국감이 제 때 열릴지조차 의문이다"라며 "감사 자료를 열심히 준비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야의 의미없는 대치 속에 국민의 알 권리가 묻혀버릴까봐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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