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 들어보자" vs "정치 보복"…'기업인 줄소환' 두고 갈등 빚는 농해수위

[the300] 文방북단 재계총수 증인 신청에…국정감사 파행 우려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등 특별수행단이 19일 저녁 북한을 대표하는 식당 중 하나인 평양 대동강구역 '대동강 수산물 식당'을 찾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만찬에 앞서 실내 수조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평양공동취재단


자유한국당 등 야권이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을 수행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 총수들을 다음달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하면서 여야 갈등이 점화하고 있다. 야권은 북한 측과 얘기한 경제협력 방안 등에 대해 질의한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이 “사실상 정치보복”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감 파행의 우려도 제기된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소속 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은 최근 방북한 재계 총수들을 다음달 10일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요청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여당에 통보한 상태다. 증인 신청 대상은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등이다.(관련보도☞ [단독]한국당, 이재용 등 방북 재계총수 국감증인 추진)

야당 의원들은 국감에서 이들에게 북한 측과 경제협력·지원 내용을 어느 수준으로 얘기했는지 묻겠다는 주장이다. 총수들이 주로 산림 산업 현장에 다녀왔기 때문에 담당 상임위인 농해수위 의원들이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농해수위 소속 야당 의원은 “남북 관계에서 가장 가시적인 부분이 남북 경제협력 아니냐”며 “국민을 대표에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증인으로 신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과 함께 북한에 간 총수들은 지난 19일 북한의 대표 양묘장인 황해북도 송림시 석탄리에 있는 인민군 122호 양묘장을 방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현대화에 공을 들인 곳이다. 2015년 12월 김 위원장의 재건 지시에 따라 2016년 5월 다시 조성됐다. 규모는 47㏊로 추정되며 연간 생산능력은 2000만여 그루다. 당시에도 북측이 이를 공개한 것이 남북 산림협력과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산림 분야는 유엔(UN) 대북제재를 거의 받지 않는 분야다. 남북 정상이 당시 서명한 ‘9월 평양공동선언’에도 산림분야 협력과 관련된 내용이 들어갔다.

또다른 야당 의원은 “남북 간 산림협력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재계 총수들이 경제협력과 관련해 다양한 얘기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퍼주기 의혹’을 제기할 움직임도 있다. 한 야당 고위 관계자는 “애초에 대기업 총수들을 방북단에 포함시킨 것이 투자를 빌미로 한 퍼주기를 위해서”라며 “산림과는 큰 관계도 없는 기업 총수들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에 대해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요청”이라는 입장이다. 애초에 증인 요청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박완주 민주당 농해수위 간사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아직 산림 경협의 범위나 투자 규모조차 나온 것이 없다”며 “어떤 기업이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국감에 줄줄이 소환하는 것은 ‘군기잡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증인 요청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야당의 이같은 요청에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무 혐의나 논란도 없는 상황에서 ‘방북’만을 이유로 재계 총수들을 증인으로 세우는 것은 지나친 정쟁이라는 것이 박 의원의 입장이다. 그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순수한 의도를 갖고 방북한 기업인을 증인으로 부른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아무 실익이 없는 것이 뻔한 곳에 기업인들을 오라가라 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농해수위는 다음달 1일 전체회의를 열고 증인 채택의 건 등을 최종 심의할 예정이지만,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국감 파행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야 간사의 합의에 의해 일정과 내용 등이 확정되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인을 부르되, 증인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농해수위 관계자는 “여당 입장에서는 아쉬울 것이 없는 상황”이라며 “명확한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야권도 기업인 증인 신청 입장을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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