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서 온 서울법대 '똥파리', 사법 개혁 최전방에

[the300][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사용설명서]①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편집자주  |  국회 상임위원회는 각 부처 소관 업무에 따라 나눠집니다. 각 상임위에선 관련 부처 안건을 미리 심사하고, 법률안을 만듭니다. 모든 법안이 상임위를 거친다고 보면 됩니다. 각 상임위엔 교섭단체별 간사가 있습니다. 간사들은 주요 의사결정의 키맨입니다. 간사가 어떤 사람인지 알면 해당 상임위 이해도가 높아집니다. 2018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각 상임위별 간사를 소개합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사진=이동훈 기자

정·관계에 '서울법대 똥파리'라는 표현이 있다. '서울법대 똥파리'는 서울대 법대 82학번들의 별칭이다. 정치권은 물론 관가 등 우리 사회 주요 분야 요직에 서울대 법대 82학번들이 대거 진출해 이들을 엮어 부르는 표현이다. 1963년생, 베이비붐 끝물 세대인 이들에게 사람 수가 '파리떼'처럼 많다는 의미로 '똥파리'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 중에도 서울대 법대 82학번들은 동기간 끈끈한 유대감으로 어딜 가나 보였다는 뜻에서 특별히 '서울법대 똥파리'가 됐다.

◇조금 늦게 여의도에 날아든 강원도 원주 '똥파리'=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서울법대 똥파리'다. 초선 의원인 그는 다른 정치권 '똥파리'들보다 정계 진출은 조금 늦은 감이 있다. 동기 중 최근 제일 유명한 사람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또 다른 유명한 정계 '똥파리'로 4선인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과 16~18대 총선까지 내리 3선을 한 뒤 민선 6~7기 제주도지사를 하고 있는 원희룡 지사가 있다. 선거 이력으로는 송 의원이 한참 후배다.

남들보다 속도는 늦었지만 내공은 탄탄하다. 우직하게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이 큰 성과를 거둔다는 뜻의 '우공이산(愚公移山)'이 좌우명인 그다. 보수 성향이 강하다는 강원도 원주(을) 표심을 끝내 뒤집었다. 그는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지역 당협위원장을 하며 지역 변호사 생활을 꾸준히 했다. 그 결과 그의 두번째 선거였던 20대 총선에서 예측을 뒤엎고 당선됐다. 현재는 20대 국회 유일무이한 '강원도 지역 민주당 의원'이다.

◇'초선' 여당 간사, 민생법안·사법개혁 '하드캐리'=그는 의원이기 이전에 법률가로서 내공이 있는 만큼 초선임에도 간사를 맡았다. 앞서 20대 전반기에 초선 동기 금태섭 민주당 의원도 간사를 맡긴 했지만, 20대 국회 하반기 들어 처음 법사위에 발을 담은 그가 간사가 됐다.

그에게는 사법개혁이라는 여당의 대표적인 과제의 책임이 지워졌다. 그가 간사 자리에 앉게 된 것도 그가 사법개혁 논의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당의 판단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민주당으로서는 대선 공약이던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비롯해 최근 문제가 드러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재판 거래 의혹 규명 등 사법개혁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는 일단 여당 법사위원들을 모았다. 지난 11일 오전 여당 법사위원들과 비공개 회의를 통해 사법농단 국정조사 당론을 모아갔다.

사법부 독립성 확보와 정상화뿐 아니라 법사위에 무더기로 계류된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협상도 그의 과제다. 최근에는 국회와 법사위의 묵은 숙제였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처리를 해결했다. 그동안 야권의 반대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 기한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권리금 보호대상에 재래시장을 포함하는 등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법사위에 발이 묶여 있었다. 여야 원내대표 간 협상이 결정적이긴 했지만 이에 대한 세부 논의의 중심엔 법안심사 제1소위원장이자 여당 간사인 송 의원이 있었다. 결국 이 법은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는 이른바 '안희정 사건'으로 도마에 오른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범죄 형량 상향 조정 논의도 여야 중심에 서서 실마리를 풀었다. 20대 후반기 국회에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도 소속된 그는 법사위에 대거 방치된 '미투(MeToo)법'을 소위에서 일괄·집중 처리하는 방안을 택했다. 그동안 미투법은 형법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성폭력특별법) 등으로 복잡하게 발의돼 논의가 어렵다는 이유로 의결이 밀렸다. 그러나 송 의원은 지난 13일 미투법들을 법사위 1소위에 상정했다. 이중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범죄 형량을 높이는 형법과 성폭력특별법 개정안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과 함께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존중되는 삶 원해"=송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 300)과 통화에서 "대한민국을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존중하고 국민들이 상식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좋은 나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이 된 이유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존중받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어서"라고 했다.

개개인이 존중받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그는 당 내에서도 '을(乙)'들을 위한 활동들을 하는 '을지로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법률가라는 이력을 살려 당 내 법률위원장 활동도 한다.

그런 그는 또 다른 꿈이 "사랑받는 어른으로 은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인으로서 고민도 많다. 그는 지난해 출간된 '극단적 중도파(타리크 알리 著)'라는 책을 읽고 진보를 지향하는 정당의 정치인으로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진보 정치마저도 기득권 세력에 포섭돼 있고 진보 정치인들 스스로 기득권 세력이 되고 있지 않는가, 그 과정에서 정당 정치의 가치가 희미해지고 있지 않는가 하는 성찰을 했다"며 "진보 정당이 진보적 가치보다 소속 정치인들의 이해관계를 우선해 유권자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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