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개차로 이동하는 남북 정상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무개차를 함께 타고 18일 평양국제공항에서 백화원 초대소로 이동하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백두산은 그 자체로 한민족을 상징한다. 금강산과 설악산, 한라산 등 한반도 내 명산이 많지만 '민족의 영산'이라는 타이틀은 오직 백두산에만 허락된다. 셀 수 없이 많은 신화와 설화가 백두산을 기반으로 이어져 내려온다. 동시에 동해와 서해로 흐르는 압록강과 두만강이라는 큰 강의 발원지다. 그야말로 민족정기의 원천이다.
남북관계로 범위를 좁히면 정치적인 의미가 더 눈길을 끈다. 일제강점기 만주에서 벌어진 항일 무장 투쟁의 거점 중 한 곳이 바로 백두산이다. 김일성이 백두산을 중심으로 항일 투쟁을 펼쳤고 그 후손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통성을 이어받아 나라를 이끈다는 이른바 '백두혈통'이 북의 핵심 통치 원리다.
방북 중인 문재인 대통령의 전격적인 백두산 방문은 그래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방북단에 동행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제안으로 20일 백두산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갑작스레 산행을 제안했고 문 대통령이 이에 화답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백두산행 제안은 첨예한 남북미 정세의 한 가운데 선 김 위원장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전에도 정치적 결단에 앞서 백두산을 찾았다. 핵무력 완성을 주장하고 미국과 극도의 대립각을 세우던 지난해 12월이었다. 김 위원장의 백두산 방문 이후 남북관계는 평화를 향해 물길을 급격하게 돌렸다. 이듬해인 올 1월 김 위원장은 평창에 선수단을 보내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마중물로 삼아 남북 정상 간 회담이 다시 열렸다.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이 이어졌다. 김 위원장의 '백두산 결정'의 여파다.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최룡해 당 부위원장 등과 함께 백두산에 올랐다고 9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이번 백두산 방문에는 최룡해 당 부위원장이 함께해 최측근 실세임을 재확인했으며 김용수 당 부장,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리상원 량강도 당 위원장, 양명철 당 삼지연군 위원장, 마원춘 국무위원회 국장 등이 수행했다. (노동신문) 2017.12.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 위원장은 다시 큰 고비에 서 있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과제 앞에서 미국으로부터 종전선언과 체제보장 약속을 얻어내야 한다. 미국으로서는 북의 핵 위협이 완전히 제거되기 전까지는 제재를 해소하기 어렵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극도로 얽히고 설킨 폭탄의 회로를 하나하나 절단해 해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조력자로 떠오른게 문 대통령이다. 함께 백두산에 오른다면 이보다 더 큰 신뢰의 표현이 없다.
문 대통령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산행을 제안한건 김 위원장이지만 사실상 먼저 간접 제안한건 문 대통령이다. 잘 알려진 등산 마니아인 문 대통령은 지난 4.27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북측을 통해 꼭 백두산에 가고싶다"고 했다. 이번 회담에서도 "나는 백두산에 가긴 가되 중국이 아닌 북쪽으로 올라가고 싶다고 공언해 왔다"며 "중국 동포가 여러번 초청할 때도 그 말 때문에 사양했는데, 그 말을 괜히 했나보다 하고 후회하곤 했다"고 말했다. 백두산이 갖는 역사적 정치적 의미와 남북미 관계의 현 지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 백두산행이 정치적인 지렛대가 될 수 있다.
한편 양 정상과 수행단은 평양 순안공항에서 항공편으로 백두산 인근 삼지연공항으로 향할 예정이다. 백두산 북측영역에는 지상궤도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다. 이를 통해 정상인 장군봉까지 올라갈 수 있다. 김 대변인은 "장군봉 정상에서 천지로 내려가는 길은 삭도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다"며 "날씨가 좋으면 천지까지도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일행은 백두산 일정을 끝으로 방북 일정을 모두 마치고 삼지연공항에서 곧바로 서울로 향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the300,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베스트클릭
- 1국민연금 고갈 6년 늦출 뿐인데…"더 내고 더 받겠다" 시민의 선택
- 2국민 10명 중 6명 "국민연금,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으로 개혁해야"
- 3'더 내고 더 받자' 연금개혁안에…2030세대 여론은 '의외의 반전'
- 4[속보]野, 민주유공자법·가맹사업법 개정안 본회의 직회부 단독 의결
- 5[기자수첩] 준비되지 않은 전쟁의 대가
- 6野 독주로 본회의 직행한 '민주유공자 예우법·가맹점 단체교섭법'
- 7트럼프 리스크 대비?…한미 23일부터 사흘간 '방위비' 협상
- 8합참 차장, 16년 만에 '별 4개'가 맡는다…육사 출신 강호필 진급
- 9尹, 올해 G7 정상회의 초청 왜 못받았나? 7년전에도…
- 10"사람 없어 못 싸울 판" 군 인력난…이러다간 조직력 붕괴? 섬뜩한 경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