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양]두 차례 기다림, 신뢰의 메시지 보낸 文대통령

[the300]'평양공동선언' 낳은 정상회담 둘째날 풍경..믿음과 이해의 시간

해당 기사는 2018-09-20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의장대 사열을 마친 뒤 서로 먼저 계단을 내려가라고 권유하고 있다. 2018.9.18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평양의 날은 이틀째 개었다. 전날 공연과 만찬으로 늦은 잠자리에 들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오전부터 만나 정상회담을 이어갔다. 실무회의를 통해 의견을 조율해 온 사안에 큰 이견은 없었다. 이내 공동선언문 서명식과 기자회견 일정이 공지됐다. 예정보다 훨씬 이른 시간이었다.

문 대통령은 두 차례 김 위원장을 기다렸다. 첫 번째는 회담을 마치고 서명식에 들어가기 전이었다. 푸른빛이 도는 수트를 단정하게 입고 파란색과 회색이 교차된 타이를 맨 문 대통령은 서명식장 문 앞에 일찌감치 나와 섰다. 잠시 후 살짝 문을 열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깜짝 놀라며 대기실 안에 있던 오빠 김 위원장에게 급히 손짓했다. 인민복 차림의 김 위원장이 부랴부랴 문을 나서며 서명식장으로 향했다.

두 번째 기다림은 서명식을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전에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또 먼저 나와 김 위원장을 기다렸다. 부드러운 시선은 김 위원장의 대기실 쪽을 향했다. 조금의 미동도 없었다. 김 위원장이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시선을 맞추겠다는 의지다. 1~2차 정상회담을 부지불식간에 채웠던 긴장이 조금씩 풀려간다. 불안이 줄어든 자리는 동반자의 신뢰로 채워야 한다. 문 대통령의 기다림과 시선이야말로 굳은 신뢰의 메시지였다.

김 위원장을 기다린 두 차례 짧은 시간을 문 대통령은 온전히 홀로 보냈다.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문 대통령만이 안다. 김 위원장을 맞이한 문 대통령이 서명식장으로 들어섰다. 금색 실로 수놓아진 의자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각기 준비된 합의문에 서명했다. 남북이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한반도 모든 공간에서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약속하고, 비핵화로 가는 원칙을 재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신뢰의 시간 이후엔 상호 이해의 시간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 내외와 김 위원장 내외는 이날 평양의 유명한 냉면집 옥류관에서 수행원들을 동반한 오찬을 가졌다. 이후 만수대 창작사를 둘러보는 등 상호 문화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일정을 소화했다. 저녁식사는 김 위원장의 자랑거리로 알려진 대동강수산물식당에서 진행됐다. 남측으로 치면 노량진 수산시장에 해당하는 장소다.

문 대통령은 이후 15만명을 수용하는 초대형 시설인 능라도구장에서 진행되는 집단체조 공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을 환영하고 남북의 평화 번영을 염원하는 내용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문 대통령은 구름처럼 운집한 북측 군중 앞에서 한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연설한다. 남북 간 평화 번영의 약속이 정부 간 합의문을 넘어 국민 대 국민의 맹약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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