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서 4시간, 움푹 패인 길…평양은 차분했다

[the300][2018 평양]D-1,남북 모두 '예열완료'..4대그룹 총수 수행원 없어

해당 기사는 2018-09-19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평양=뉴시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진희 기자 = 평양 남북정상회담 선발대가 16일 오후 선발대 숙소인 평양 고려호텔에 도착, 직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2018.09.17.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개성을 지나자 북한의 도로사정은 급격히 나빠졌다. 왕복 4차선 도로 곳곳은 패여있었다. 버스는 시속 60km 이상을 낼 수 없었다. 북측 관계자는 "최근 폭우로 인해 도로 사정이 더 안 좋아진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로 사정이 불비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항로 방문을 권한 이유가 여실히 드러났다.

역대 5번째 남북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6일. 서호 청와대 통일정책비서관을 단장으로 한 선발대 93명은 육로를 통해 미리 북으로 출발했다. 파주 출입경사무소(CIQ)에서 평양까지 약 208km. 정부관계자와 취재진은 출입경사무소 북측이 제공한 버스 3대에 나눠타고 평양에 도착했다. 개성에서 평양까지 약 170km에 불과하지만 도착하는데 약 4시간이 걸렸다. 

평양 거리는 평상시처럼 차분한 분위기였다. 정상회담을 알리는 현수막 등은 아직 보이지 않다. 다만 정상회담 기간 환영 행사 등을 준비하는 모습들이 행사장 주변에서 일부 목격되기도 했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상회담 하루전인 17일, 고려호텔 2층에는 남측 메인프레스센터가 개소했다. 권혁기 청와대 춘추관장은 "북측 관계자들도 바쁜 와중에 프레스센터 운영을 비롯해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적극 협력하고 있다"며 "남과 북이 뜻을 모아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개최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남쪽에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프레스센터가 문을 열었다. 내신 2234명, 외신이 447명 등 총 2671명(등록기준)의 내외신 기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에는 약 2833명의 취재진이 모였었다.

사흘간의 역사적 순간을 취재하기 위해 하루 전날부터 프레스센터에 모인 기자들의 표정에는 설렘과 긴박감이 교차하는 듯 보였다. 출입등록을 한 후 곳곳의 시설을 둘러보는가 하면 기사를 송고하는 기자들의 표정을 서로 촬영하고 스케치하는 분위기도 연출됐다.

북한 평양에서 열리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남북정상회담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오후 프레스센터 현장을 방문해 준비상황을 점검했다. 언론인 출신인 이 총리는 이날 현장을 둘러보기에 앞서 "기자들이 편히 취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30여분 동안 프레스센터를 돌아본 후에는 "회담 시작 직전에 긴박감 같은 게 느껴진다"며 "제가 현역(기자)이던 시절 심장의 박동이 느껴져서 참 좋다"고 말했다.

선발대를 제외한 약 100여명의 나머지 수행단은 남북정상회담 당일인 18일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평양으로 출발한다. 당초 발표된 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내각과 청와대 참모 14명, 공기업을 포함한 경제분야 인사 17명, 문화예술인 9명 등 200여명의 수행단 외에 마술사 최현우·가수 알리가 특별수행원 명단에 추가됐다. 4.27 남북정상회담 만찬 당시 북측 마술사가 마술 공연을 한 것에 대한 화답 성격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하게 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태원 SK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경제인들도 이날 방북한다. 평소같으면 비서에 수행원까지 대동했을 기업의 '회장님' '부회장님' 들이지만 이번에는 수행원도, 비서도 없이 나홀로 방북길에 오른다. 북한과 협의를 통해 엄격하게 제한된 인원만 방북이 허용된 탓에 짐은 물론 일정 등도 모두 직접 챙겨야할 것으로 보인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취재기를 담은 책 '50년 금단의 선을 걸어서 넘다'를 보면 특별수행단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당시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에 다녀온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구본무 LG회장, 최태원 SK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도 직접 가방을 들고 다니며 2박3일간 회의장과 행사장을 옮겨다녀야 했다. 옷가지도 직접 챙겨야했고 북측 사정에 따라 바뀌는 일정을 직접 확인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빡빡한 스케줄로 인해 회담 이틀째인 오후 예정된 3대혁명전시관과 중공업관 방문에는 대기업 회장들이 대거 불참하기도 했다. 방북 마지막 날에도 환송오찬이 늦어지는 탓에 그룹 총수들은 평양 외곽에서 두 시간가량 버스 앉아 대기했다.

반면 총수들은 바쁜 일정 가운데 평양을 방문한 기록을 사진으로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대기업 회장 중 나이로 막내격이던 최태원 SK회장이 디지털 카메라로 다른 그룹의 회장들의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이번 방북에서는 구광모 LG회장이 1978년 생으로 가장 막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특별수행단이 둘러볼 장소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아직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은 탓에 당장 북한에 대규모 투자 구상과 같은 '선물보따리'를 내놓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이들이 대통령을 수행하며 함께 둘러보며 보고 느낀 점들은 이후 남북경협이 본격화 될 시점에 투자나 사업구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참관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북한의 경제실상을 파악할 수있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장소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07년 회담 당시에는 경제인들이 김책공대 도서관, 서해갑문, 음악대학, 아리랑 공연장 등 대통령 일정을 사실상 '수행'만 하고 돌아온 탓에 "관광온 게 아닌데"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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