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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에서 상봉대상자들이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년 10개월 만에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은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진행된다. 2018.8.2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일 이산가족 대면상봉이 진행된 금강산호텔에선 65년 넘게 헤어져 살아 온 시간 만큼 커다란 오열이 테이블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다시 만난 이들은 붙든 손을 놓지 않은 채 울고 웃으며 대화의 꽃을 피웠다.
상봉이 시작된 오후 3시 2층 연회장. ‘반갑습니다’ 노래가 흘러 나오는 가운데 북측 가족들이 다소 굳은 얼굴로 앉아 남측 가족들을 맞이했다. 남측 가족들의 입장이 시작되자 상대를 확인한 테이블에선 탄식이 터졌다.
한신자(여·99)씨는 북에 사는 두 딸 김경실(72), 경영(71)씨를 보자 마자 "아이고" 하고 통곡했다. 긴장한 표정으로 입구만 뚫어져라 보고 있던 두딸도 눈물을 터뜨렸다.
세 모녀는 볼을 비비고 손을 꼭 붙잡은 채 한참을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한신자씨는 “내가 피난 갔을 때…”라고 말하다 울먹였다. 두달이면 될 줄 알고 딸들을 두고 떠난 피난길이 이렇게 길어질 지 몰랐다고, 데리고 오지 못해 미안하단 말을 마치지 못한 듯 했다.
북측 아들 리상철(71)씨를 만난 이금섬(92·여)씨도 아들을 만나자마자 “상철아”라 부르며 끌어 안고 눈물을 흘렀다. 아들 상철씨도 어머니를 부여 잡고 눈물을 흘렀다. 모자는 두손을 꼭 붙잡고 떨어지지 않았다. 아들이 북에 살다 세상을 먼저 떠난 아버지의 사진을 보여주자 이금섬씨는 다시 한번 오열했다.
북측 딸 연옥(67)씨도 남에서 온 아버지 유관식(89·남)씨를 보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옛 사진들을 꺼냈다. 한쪽 눈을 실명한 유관식씨는 동행한 남측의 아들 승원(53)씨의 설명과 함께 사진을 보며 눈물을 애써 억눌렀다.
형제·자매와 만난 이들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문현숙씨(91·여)는 북에 두고 온 두 여동생 영숙(79), 광숙(65)씨를 만나 “왜 이렇게 늙었냐”며 웃으며 말을 건넸다. 하지만 곧 울음을 숨기지 못했다.
김한일(91·남)씨는 북측의 동생 김영화(76·여)씨와 조카 김명천(49)씨를 만났다. 꽃분홍색 한복을 입고 오빠를 기다리던 영화씨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함께 찍힌 사진을 액자로 만들어 왔다. 어머니 사진을 가리키며 오빠에게 "생각이 나냐"고 묻자 한일씨는 "그럼 엄마가 날 얼마나 귀여워 했는데"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최고령자 백성규씨(101·남)는 휠체어를 타고 아들, 손녀와 함께 상봉장에 들어섰다. 한복을 입은 북측 며느리 김명순씨와 양장을 입은 손녀가 휠체어 옆에 서 백씨의 어깨를 부여잡고 오열했다.
오열한 며느리와 달리 백씨는 내내 얼굴에 미소를 띄었다. 김명순씨는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의 옛 사진을 꺼내 백씨에게 건넸고, 백씨는 "사진을 가져가도 되냐"고 물었다.
시각장애 1급인 이금연씨(87·여)는 다른 이들보다 15분 정도 늦게 도착해 자리에 앉자마자 북측 올케들을 끌어 안고 눈물을 터트렸다. 북측의 두 올케도 눈물을 터트렸다. 이금연씨와 동행한 남측의 아들과 딸은 앞을 못보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눈시울이 붉어져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89명의 남측 이산가족과 동반가족 197명은 이날 2시간의 단체상봉을 통해 185명의 북측 가족을 만나며 본격적인 상봉을 시작했다.
이들은 21일 개별상봉, 마지막 날 작별상봉까지 총 6회 11시간 만남을 갖게 된다. 이후 24일부터 사흘 동안은 북측 이산가족 83명이 남측 가족들을 만나는 2회차 상봉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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