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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되는 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북측 딸을 만나게 된 황우석씨/사진=공동취재단

오는 20일부터 금강산에서 진행되는 제21차 이산가족 상봉에서 북에 사는 딸을 만나게 된 황우석(89세·사진)씨. 남한 상봉단에 포함된 그는 다음주 북에 두고 온 딸 영숙씨(71세)와 39세 손녀를 만난다. 

황씨의 고향은 38선 이남인 황해도 연백. 1951년 1·4 후퇴 후 북한군에 끌려가기 싫어 "3개월만 피난하자"는 생각으로 고향을 떠났고, 그렇게 68년이 흘렀다. 

고향에 두고 온 딸의 모습이 기억나는 지 묻자 "세살적에 그거 뭐, 기억도 없어요. 이름보고 찾아야지 이번에 가서. 강산이 일곱번 변했는데…"라며 말문을 흐렸다. 

딸에겐 “많이 미안하다”며 “(북에 계셨던 황우석씨의) 아버님은 60세에 일찍 돌아가셨더라고요. 걔가 고생을 많이 했을 거고, 외로웠을 거고 어려움도 많이 겪었을 것 같다”는 말을 남겼다. 

고령으로 이미 세상을 떠난 다른 가족들을 끝내 만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표했다. 

황씨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시작된 1980년대부터 북에 있는 딸을 찾기 위해 상봉을 신청해 왔다. 그 사이 북에 있던 여동생 등 다른 혈육들은 세상을 떠났다. 

황씨는 “10년 전에만 (상봉이) 됐어도 여동생들도 다 만날 수 있었어요. 2016년에 세상 떠난 여동생도 있어요. 걔가 살았으면 80세인데...”

황우석씨는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지금까지 살아줘서, 살아서 만나게 돼서 감사하다고 얘기를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나마도 걔까지 죽었으면 이번에 상봉도 안 되고 내 혈육을 찾을 길이 없잖아요. 걔가 유일하게 살아서 상봉을 하게 된 거죠. 그러니까 고맙죠.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래도 이렇게 지금까지 살아줘서 진짜 고마워요.”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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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부터 금강산에서 진행되는 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북에 사는 동생들을 만나게 된 박기동씨/사진=공동취재단

금강산 출발을 앞두고 있는 박기동(82·사진) 할아버지는 북한에 살고 있는 73세 여동생 선분씨와 68세 남동생 혁동씨를 만난다. 

고향이 황해도 연백군인 박씨는 6·25 전쟁 발발 당시 서울에서 배재중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보인상업고등학교를 다니던 6살 위의 삼촌과 함께 자취를 했다. 

이후 고향에서 살던 박씨의 가족이 전쟁통에 강화군 교동면에 피란을 왔고, 부모님이 어린 두 동생을 데리고 식량을 가지러 고향 집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하면서 68년이 흘렀다. 

박씨는 "북쪽에 거주했던 부모님과 함께 상봉하길 원했으나 부모님은 돌아가셨다는 통지를 받았다"며 "(이번에) 형제들의 생사가 확인되고 상봉 의사가 있다고 회보가 돼서 만나게 됐다"고 밝혔다. 

동생들을 만날 수 있어 들뜬 마음이나 모습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박씨는 "헤어질 당시 동생들이 여섯 살, 두 살 정도밖에 되지 않아 사실 이름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어렸을 때 (여동생의) 손을 잡고 동네를 다녔다"고 회상하며 동생들에게 "속옷과 치약, 칫솔 등 생활용품을 많이 준비했고 겨울에 추울 때 따뜻하게 입으라고 겨울 잠바도 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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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부터 금강산에서 진행되는 제21차 이산가족상봉 행사에서 북에 사는 큰형을 만나게 된 이수남씨./사진=공동취재단

“68년 만에 뜻밖에 (생사) 확인이 되니까 거짓말 같아서 처음에는 이웃·친척한테도 얘기 안했어요. 그냥 멍한 기분이에요”

이수남(77·사진)씨는 북에 사는 큰형 종성(85)씨를 68년만에 만날 수 있게 됐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 듯 이렇게 말했다. 

이씨는 경기도 광주에 사는 둘째 형 종식(82)씨와 함께 전쟁 중 헤어진 종성씨 가족을 만난다. 그는 대한적십자사로부터 큰형이 살아있다는 연락을 받고 마구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3남 1녀의 막내인 이수남씨는 6·25 전쟁 중이던 1950년 서울 이태원 부근에 살고 있었다. 그해 8월 북한군이 만19세던 큰형을 데려갔고, 지금까지 헤어진채 살아왔다. 

이씨는 "우리에게는 형님 한 분이겠지만 형님은 모든 가족을 평생 잃어버리고 사셨을 걸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형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큰형의 이태원국민학교 졸업증, 옛날 호적등본, 가족사진, 형수 백옥녀(79)씨를 위한 화장품 세트 등을 선물로 준비했다. 

이씨는 형을 만났을 때 "살아 계시는 게 너무 영광이고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큰형이) 연세가 있으시고 우리도 나이를 먹어가니 마음이 착잡하다. 영구적으로 상설면회소가 생긴다면 더없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