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與, 서비스법 '보건의료' 제외 당론…의료민영화 제동

[the300]"서비스법 통과는 필요…보건의료 혁신은 기존 법으로도 가능"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 3당 민생경제법안 TF 회의에 앞서 참석자들이 손을 잡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바른미래당 유의동 원내수석부대표, 자유한국당 함진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 바른미래당 채이배 정책위의장장 권한대행, 자유한국당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 /사진=이동훈 기자

여야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의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를 예고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법안의 대상에서 '보건의료'는 제외하기로 당론을 확정했다. 당정간에 공감대도 이뤘다. 정부의 혁신성장 기조 속에서 고조되던 의료민영화 등 의료부문 혁신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7년 넘게 국회를 표류한 법이지만, 국회 통과가 다시 불투명해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일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의 성과를 위해서라도 서비스법의 국회 통과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과거부터 의료민영화 논란 등이 있어온 만큼 보건의료 영역은 서비스법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당론을 정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당론은 문재인 정부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국정기획위)에서부터 결정된 사안이라는 주장이다. 국정기획위는 문 정부 100대 과제에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 산업 혁신'을 포함했다. 국정기획위에 참여했던 한 의원은 "서비스업 혁신과 성장을 위해 서비스법 통과 추진을 결정했다"면서도 "당시에도 보건의료 영역은 서비스법에서 제외한다는 내부 의견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당정간의 공감대도 형성했다. 지난 4월18일 보건복지부 조직문화 및 제도개선 위원회가 서비스법에서 의료영리화 요소(보건의료 관련 분야)를 제외해야 한다고 박능후 복지부장관에게 권고했고, 박 장관은 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당의 의견을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재부 장관이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산업 지원을 기재부가 총괄한다.

민주당은 후반기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혁신성장을 위한 입법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국회 민생경제법안TF 비공개 회의에서 민주당은 금융· 정보통신 등의 분야의 규제를 완화하는 '규제혁신 5법' 처리를 요구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법 통과를 조건으로 걸었다.

서비스법은 이명박 정부에서 처음 발의된 법이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과 기획재정부의 당정협의를 거쳐 정부안으로 발의됐다.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법으로 소개됐다. 서비스산업의 규제 완화와 연구·개발(R&D) 세제 혜택, 창업·해외진출의 종합 지원이 뼈대다.

당시 야권은 정부가 대통령령으로 서비스산업 범위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보건 의료를 포함해 의료 민영화 추진이 가능하다는 논리로 반발했다. 영리 의료 법인이 설립되거나, 국민이 진료거부를 당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각종 규제 완화로 의료민영화의 '우회로'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법안은 18대 국회 때인 2011년 12월30일 발의됐지만, 국회 협상 무산으로 자동폐기됐다. 19대 국회에서도 수십차례의 논쟁만 남긴 채 같은 운명을 맞았다. 20대 국회에서도 이명수 보건복지위원장(자유한국당)이 2016년 5월30일 국회 개원과 동시에 발의했지만, 소위에 계류 중이다.

여당이 된 민주당은 여전히 보건의료업을 서비스법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신 여당이 되면서 제외를 요구하는 이유가 바뀌었다. 이미 존재하는 보건의료 관련 법의 개정만으로도 충분한 의료서비스 활성화가 가능한 만큼, 서비스법에서 제외해도 된다는 주장이다.

당 정책위의 한 관계자는 "이미 보건의료기술 진흥법 등 관련 법안이 있고, 국회에도 의료기기산업육성법안 등 각종 제정안이 계류된 상태"라며 "서비스법 하나로 의료 혁신이 좌우된다는 착시효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서비스발전법과 규제프리존법의 원안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원안 처리가 되지 않을 경우 법의 취지가 퇴색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규제혁신 5법 처리 협조가 어렵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한국당 원내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발의돼 있는 규제혁신 법안부터 처리하는게 맞다고 본다"며 "서비스법 우선 처리 없이는 야권도 협조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여야 원내지도부의 협상 과정에서 결과가 뒤집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홍영표 원내대표가 최근 "깜짝 놀랄 만한 규제개혁을 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던 만큼, 서비스업을 원안 통과하면서, 야권에게서 규제개혁 5법 처리 합의를 끌어낼 수 도 있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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